KBS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구르미’)이 종영했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지는 못한 듯하다.
18일 종영한 ‘구르미’는 20%를 넘기는 화려한 시청률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세자 이영(박보검)과 홍라온(김유정)은 서로를 향한 애틋한 ‘궁궐 로맨스’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녹아 내리게 만들었고, 죽음을 예견했던 것과 달리 독살을 피해 왕이 된 이영의 모습은 환한 웃음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렇게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던 ‘구르미’는 안타깝게도 아름다운 이별을 고하지 못한 인상이다.
이날 최종회가 끝난 뒤 곧바로 ‘구르미 그린 달빛 별전’이라는 제목으로 스페셜 방송이 전파를 탔다. 박보검의 명대사나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 등 18회 동안 방영된 ‘구르미’를 총정리하는 식으로 전개됐다. 그러나 이러한 ‘변칙편성’을 놓고 시청자들은 엇갈린 반응을 내놓았다. ‘구르미’종영의 아쉬움을 달랬다는 의견과 함께 ‘변칙편성’으로 공영방송의 체통을 지키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구르미’는 지난 8월 변칙편성으로 한 차례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적이 있다. 하루 늦게 첫 방송을 한 SBS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가 오후 10시와 11시에 1,2회를 연속 방영하려고 하자, 아예 본방송 직전 9시에 ‘구르미’ 1,2회 요악판을 편성한 적이 있다. 지상파 방송사 간의 시청률 선점 작전에 피해를 본 건 시청자들이었다. 방송사 마음대로 편성을 뒤죽박죽 바꾸는 통에 시청자들은 혼란을 겪어야만 했다. 미리 공지를 했다고는 하지만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잘 사용하지 않는 중장년층 시청자들에겐 민폐 그 자체였다.
시청률 선점은 광고시장에서 중요한 전략이긴 하다. 그러나 KBS와 SBS의 이 같은 광고 경쟁은 볼썽사나운 모습을 노출시키며 지상파 방송의 민낯을 드러냈다. 그런데 ‘구르미’는 또 한 번 스페셜 방송을 편성해 “결국 재방송까지 염두에 두고 광고로 수익을 올리려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듣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더불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19일 소위원회를 열고 ‘구르미’에 행정지도에 해당하는 ‘권고’ 조치를 내렸다. 방송 초반 아직 10대인 여주인공 김유정이 가슴 부위를 부각하는(남장을 하며 가슴에 붕대를 감는) 노출 장면과 상대역 박보검과의 키스 장면이 문제가 됐다. 실제 미성년자 배우가 연기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판단에서다. 방심위는 해당 내용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5조 ‘출연’을 위반했다고 보고 권고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나마 ‘구르미’가 노출 수위는 지나치지 않아 법정제재 대신 내려진 결정이었다.
이에 대해 네티즌은 “방송 끝난 지 한참 뒤에 뒷북 치더라”(da*****), “노출은 좀 민망하다고 해도 남녀 주인공의 키스 없는 드라마 봤나?”(ta*****), “다른 드라마에서 10대 김소현도 키스신 촬영했는데, 일관성 없는 대한민국”(ko*****), “형평성이 없다. 이슈 된 드라마만 제재하는 건가요?”(oh******) 등 관련 기사 댓글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렸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