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 화재 참사 이후 관광버스 운전자의 자격 요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강원 인제군에서 면허가 없는 운전자가 45인승 버스 핸들을 잡다 경찰에 적발됐다.
강원지방경찰청과 인제경찰서에 따르면 19일 오전 9시 29분쯤 인제군 남면 어론리 청정조각공원휴게소에서 45인승 관광버스 운전자 서모(57)씨가 무면허 운전을 하다 들통이 났다. 경찰은 이날 단풍철을 맞아 휴게소에서 관광버스를 대상으로 음주 및 정비상태를 점검 중이었다.
경찰은 서씨가 운전면허증 제시를 거부하고, 버스 운송사 자격증만 보여주자 전산 조회를 통해 지난 3월 12일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사실을 밝혀냈다. 서씨는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역에서 등산객 44명을 태우고 최근 개방한 설악산 만경대로 향하던 중이었다.
서울에서 인제까지 120㎞ 가량 핸들을 잡은 서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몰았던 버스는 지입차량이며, 최근 행락철 관광 수요 탓에 버스가 모자라 운전대를 잡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휴게서 현장에서 서씨를 도로교통법상 무면허 운전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버스회사 측에 운전기사를 교체해 운행할 것을 통보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지입차량을 성수기에 투입하는 관광버스 운행 관행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지입차는 서류상으로는 전세버스 업체 소유지만 실제 소유주는 운전기사로 불법이기 때문이다. 지입제는 통상 기사가 차를 사서 회사에 들어가거나, 회사가 차량을 구매한 뒤 할부금을 기사가 내는 형태로 운영된다. 지입차는 직영차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사관리나 정비 등에 소홀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서류상 버스 소유주를 회사로 옮기고, 실소유주인 운전기사도 회사 소속으로 위장하는 편법이 동원되기 때문에 압수수색이 아니면 적발이 힘든 실정이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