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ㆍ비방만 남은 추악한 선거
여론조작 의혹에 시위도 잇따라
미 대선 투표일(11월8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선거 캠페인이 성추문과 비방으로 얼룩지면서 역대 최악의 추악한 선거라는 비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적극 지지하며 선거 전면에 나섰던 젊은 세대들은 아예 공화ㆍ민주 양당 후보 모두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면서 대선 자체에 흥미를 잃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뉴욕포스트는 18일(현지시간) 미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19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3차 TV 대선토론에 대비하기 위한 주요 전략 중 하나로 오바마 대통령의 케냐 출신 이복 형제인 말리크 오바마를 토론 방청석에 초청했다고 전했다. 2008년 미 대선 기간 오바마 가족의 대변인 역할을 했던 말리크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혀 논란이 된 인물이다. 3차 TV토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심기를 자극하기 위한 저격수 역할을 맡았다는 관측이다. 말리크는 TV 토론 초청 소식에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고, 트럼프는 “말리크는 동생(버락 오바마)보다 훨씬 낫다”고 화답했다.
미국 시카고 도심에 있는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앤드타워’ 앞에서는 18일 트럼프의 음담패설 녹음파일에 항의하는 여성단체가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전미여성기구(NOW)를 주축으로 전국에서 모인 여성 시위대는 피켓 시위를 벌이며 “트럼프는 성차별주의자이고 성적 약탈자”라며 “공화당이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성 시위대 한쪽에서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시위대가 “힐러리 클린턴은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폭행 논란을 묵인하고 옹호해 더 많은 여성들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비난하며 맞불 집회를 벌였다.
미 경제전문방송 CNN머니는 이날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트럼프와 클린턴이 트위터에서 인공지능(AI)에 기반을 둔 트위터봇(트위터+로봇)을 이용해 여론을 조작해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옥스퍼드대학 연구진이 지난달 26일 열린 1차 TV 대선토론이 끝난 뒤 올라온 900만 건의 트윗 해시태그를 분석한 결과, 트럼프와 클린턴을 지지하는 트윗 중 각각 33%, 22%가 트위터봇에 의해 작성됐다는 분석이다.
대선 캠페인이 역대 최악으로 흐르면서 트위터 상에는 ‘#GiantMeteor2016’(거대 유성 2016)이라는 해시태그까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와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느니 차라리 유성이 충돌해 지구가 파괴되는 것이 낫다는 젊은 세대들의 좌절스러운 표현”이라고 전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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