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전 외교통상부장관의 회고록 내용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2007년 11월 노무현 정부가 유엔인권위원회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기권 결정을 하기에 앞서 북한의 의사를 확인했느냐의 여부가 핵심이다. 송 전 장관은 회의록에서 이 문제를 결정하기 위한 안보정책조정 회의 중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이 남북채널을 통해 북한의 의견을 확인해 보자고 제안하자 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썼다. 하지만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입장에서 요지부동이다.
당시 회의 참석자였던 김 전 국정원장과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 등도 “말이 안 된다”며 북한에 문의한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반면 참여정부 연설기획비서관 출신으로 문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김경수 의원은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기권하기로 결정한 뒤 북한에 통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사안과 관련해 대북채널 가동 자체는 부인하지 않은 셈이다. 기권 결정을 한 시점을 두고도 참여정부 인사들 간에 기억이 다르다. 국민들로서는 매우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송 전 장관이 회고록에서 기술한 상황은 매우 구체적이다. 전혀 없는 사실을 썼다고 보기 어렵다. 당시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 직후로, 바로 전해에는 유엔인권위의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했다고 해도 남북관계 진전의 동력을 이어 가기 위해 이번에는 결의안 표결에 기권해야 한다는 기류가 통일외교안보라인에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송 전 장관만은 북한의 반발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며 계속 찬성 주장을 폈고, 이 과정에서 북한의 의사를 확인해 보자는 제안이 나왔을 개연성이 크다. 다만 북한의 반대 입장이 뻔해 보인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기권 입장을 정해 놓고 이를 뒷받침하려는 측면이 컸을 것으로 짐작된다.
문 전 대표가 이런 과정을 주도할 위치는 아니었다는 게 당시 상황에 밝은 인사들의 견해다. 안보정책조정회의도 백종천 안보실장이 주도했다고 한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문 전 대표의 말이 그럴 수 있겠다 싶기도 하다. 그러나 문 전 대표가 이번 진실공방의 회오리를 비켜 가기는 어렵다. 최대한 기억을 되살리고 기록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있었던 그대로 복원해 밝힐 필요가 있다. 그런 다음 국민의 평가를 받는 게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다. 대선주자로서의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느라 좌고우면해서는 안 된다. 북한 의사 확인 부분도 무조건 아니라고만 할 게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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