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음식으로 자리잡은 일본 라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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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음식으로 자리잡은 일본 라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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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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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육수를 사용한 담백한 맛으로 인기 높은 뉴욕의 톳토 라멘. 김신정 제공

세계 각국 음식의 중심지인 뉴욕에서도 ‘일식은 곧 스시’라는 고정관념이 오랫동안 존재했다. 라멘 가게는 드문드문 보였지만 딱히 주목 받지 못하다가 뜻밖에도 한인 동포 2세인 데이비드 장 셰프의 일본식 라멘이 주목 받으며 그 인기가 시작됐다. 2004년 맨해튼 이스트빌리지에 ‘모모푸쿠 누들바’라는 라멘 식당을 연 데이비드 장은 일본의 전통적인 깊은 국물에 자신의 창의성을 가미한 라멘을 선보였고, 곧 모모푸쿠의 라멘과 삼겹살 번(bunㆍ둥근 빵)은 뉴요커라면 누구든 한번쯤 가서 먹어봤고, 또 먹어 봐야 하는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이 됐다.

지금까지 모모푸쿠 누들바 앞은 시간에 관계없이 자리 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항상 줄을 서 있다. 이제는 뉴욕의 일본 라멘 열풍을 시작한 라멘집으로 관광객이 꼭 가보는 뉴욕의 식당 중 하나이기도 하다. ‘모모푸쿠 누들바’의 성공으로 데이비드 장은 미국에서 아시안 음식의 새 장을 연 셰프라는 칭송과 함께 뉴욕뿐 아니라 호주 시드니, 캐나다 토론토까지 진출해 ‘모모푸쿠’라는 브랜드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후 일본에서 이미 잘 알려진 라멘 체인점 ‘잇푸도 라멘’이 2008년 초 ‘모모푸쿠 누들바’에서 몇 블럭 떨어지지 않은 곳에 문을 열었다. ‘잇푸도 라멘’은 돼지뼈를 고아 만든 뽀얗고 진한 국물의 일본 전통 돈코쓰 라멘을 선보였고, 잇푸도의 인기로 뉴욕의 라멘 열풍은 다시 탄력을 받았다. 잇푸도 라멘 역시 지금까지 맨해튼에만 두 군데 더 분점을 내면서 식지 않는 일본 라멘의 인기를 증명해 보이고 있다.

2010년 문을 연 ‘톳토 라멘’은 닭육수를 사용하며 깊은 맛은 고수하되, 부담스럽게 느끼할 수 있는 잇푸도의 돼지뼈 육수보다 깔끔한 식감으로 사랑 받고 있다. 20석이나 될까 한 이 작은 반지하 식당 앞 계단은 항상 자리가 나길 기다리는 손님들로 북적댄다. 카운터 자리에 앉자마자 친절하게, 그러나 신속하게 주문을 받아 바로 앞에서 라멘 조리과정을 보여주고, 테이블에 놓기까지 10분이 걸리지 않으니 굉장히 효율적이다. 대부분의 라멘 식당이 그렇듯, 이곳도 등받이가 없는 의자에 앉아 서둘러 한 그릇 먹고 나가는 분위기이며, 뉴요커들은 별다른 불평 없이 받아들인다.

뉴욕에서 나고 자란 아이반 올킨 셰프는 1980년대에 일본에 영어를 가르치러 갔다가 라멘을 접했다. 이후 일본에서 연 그의 라멘 식당은 그곳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라멘 식당 중 하나로 손꼽혔고, 뉴욕의 라멘 마니아들에게도 그 명성은 익히 알려져 있었다. 뉴욕에 2013년 라멘 식당을 연 올킨 셰프는 그만의 호밀 라멘 면발로 다시금 뉴욕에서 회자됐다.

맨해튼의 스카이 라인이 보이는 롱아일랜드시티에는 뉴욕에서 가장 창의적이자 비싼 라멘 식당으로 알려진 ‘무 라멘’이 있다. 한국 입양아로 뉴욕 유대인 가정에서 자란 조슈아 스무클러가 그의 아내와 함께 운영하는 이 22석의 작은 공간에서는 한국의 설렁탕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한 ‘무 라멘’이 인기다. 소뼈, 꼬리뼈, 송아지뼈를 장시간 고아 만든 깊은 육수가 일품이다. 이미 라멘 한 그릇이 15달러 정도인 뉴욕에서 무 라멘은 따로 추가해야 하는 달걀까지 주문하면 한 그릇에 20달러나 된다. 결코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이 외에도 일본에서 온 체인점 ‘세타가야’, 할렘에 처음 문을 연 ‘진 라멘’ 등 뉴욕에서 일본 라멘 식당은 어느 동네에 가나 보게 되는 음식점으로 자리잡았다. 더 놀라운 것은 여름에도 인기라는 점이다. 뜨거운 국물은 미국인에게 인기가 없을 거라는 생각과 달리, 적어도 일본 라멘 식당은 사시사철 붐비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이제 일본 라멘은 일시적 유행과 열풍을 지나 뉴욕 음식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거기에는 일본에서 온 역사와 정통성을 자랑하는 라멘 식당도 있고, 라멘이란 명칭 하에 깊이 우려낸 국물을 바탕으로 뉴욕의 창의성을 덧붙인 뉴욕만의 일본 라멘도 있다. 알려진 맛집에 따라오는 비싼 가격과 기다림, 또 간간히 들려오는 정통성과 원조에 대한 의문 등 불평도 끊이질 않는다. 그러나 다양성과 창의성을 받아들이는 데 익숙한 뉴욕에서 일본 라멘은 단골손님들을 기반으로 성공 스토리를 이어가고 있다.

김신정 반찬스토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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