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성향’의 이재정 경기도교육감과 정치적 행보를 같이 해온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이 경기도교육청이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안의 무려 70%를 칼질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대란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민생 우선’ 원칙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도의회는 18일 제314회 임시회 2차 본회의를 열고 도교육청이 제출한 3차 추경예산안의 세출예산 3,132억 원을 삭감해 내부 유보금으로 돌렸다. 도교육청이 교육환경개선사업 등으로 편성한 전체 추경예산 4,475억원의 70%에 달하는 액수다.
예산안조정소위원회 조광명(화성4ㆍ더민주) 위원장은 심사보고를 통해 “명시이월이 예상되는 세출예산을 감액했다”고 설명했다. 어차피 입찰ㆍ발주 등 2,3개월 걸리는 행정절차를 거치다 보면 연내 집행하지 못할 사업비를 중심으로 손질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민주가 다수당인 도의회가 정치적 우군이었던 교육청 예산을 무더기 삭감한 것을 두고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내년 대선 등을 앞두고 누리과정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사전 논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예결위 관계자도 “올해 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5,459억 원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년에도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면 혼란이 가중될 것을 우려한 판단”이라고 했다. 교육청이 올 누리예산을 12월 마무리 추경에서도 편성하지 않을 경우, 내년도 중앙정부의 교부금이 삭감되는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고 보고 유보금을 남겨놨다는 것이다.
어린이집 누리예산은 운영비, 보육교사 처우개선비, 보육료 등 3개 항목으로 나뉘는데 올 1∼2월 2개 월치 910억원은 경기도의 준예산으로 해결했다. 3∼12월 10개월 치 누리예산 가운데 운영비와 보육교사처우개선비 938억 원도 도비로 충당했고 10개월 치 보육료 3,000억여 원은 시ㆍ군이 카드사에 대납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어린이집에 지급하고 있다.
도의회 예결위 한 의원은 “교육청이 내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더라도 유보금 등을 통해 조율하려는 의도”라며 “교육청이 내년 누리과정 예산을 담으면, 올해 교육청이 도에 전출하지 않은 누리과정 사업비를 마무리 추경 때 정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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