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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스나이퍼, 전태일을 기렸던 '민족 래퍼'

입력
2016.10.1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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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힙합이 국내에 상륙한 지 20여 년 만에 주류 음악으로 전성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대중화 과정에서 쌓아온 노력과 실력에 비해 저평가되는 MC(래퍼)들도 생겨나고 있다.

자이언티, 지코를 사랑하지만 주석, 피타입을 모르는 새내기 힙합팬을 위해 준비했다. 여기, 새로운 라임(운율)과 플로우(흐름)를 개발하며 힙합의 발전을 끌어간 MC들을 소개한다.

힙합가수 MC스나이퍼는 오버그라운드 진출 이후 '마법의 성' 등 감성 힙합에 강점을 보였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힙합가수 MC스나이퍼는 오버그라운드 진출 이후 '마법의 성' 등 감성 힙합에 강점을 보였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태극기 앞에 선 래퍼가 민중과 평화를 노래한다. 비트는 무겁고 가사는 결연하다. 가수 안치환의 민중가요를 2000년대 힙합 버전으로 재해석한 MC 스나이퍼(본명 김정유)의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다. 정규 1집 타이틀곡이던 이 곡은 그에게 '민족 MC'라는 별명을 안기며 강렬한 첫인상을 안겼다.

MC스나이퍼의 또 다른 별명은 음유시인이다. 오버그라운드 진출 이후 직관적인 가사보다 시를 연상케 하는 은유와 비유를 즐겨 서정적인 사랑 노래에도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언더그라운드 시절에 만든 크루 붓다 베이비 멤버로 레이블 '스나이퍼 사운드'를 결성하며 2000년대 초반 전성기를 누린 1세대 힙합퍼다.

1. 남다른 추진력, 수장이 된 MC

중학교 시절 레코드 가게를 운영하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남성그룹 서태지와 아이들, 미국 MC 투팍 등의 음악을 들으며 힙합에 관심을 가졌다. 1998년 클럽 마스터플랜에서 첫 무대를 가지고 활동을 시작했는데, 남다른 추진력으로 크루 '스나이퍼 대군단'을 결성해 일찌감치 수장의 역할을 맡았다.

일본 제작사 포니캐년 코리아와 계약한 후 2002년 공식적으로 앨범을 발매했다. 정규 1집 앨범에는 기존 활동곡이었던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를 타이틀곡으로 수록해 음악적 정체성을 드러냈다. 정작 더 인기를 끈 곡은 후속곡 'BK Love'다. 이후 MC스나이퍼는 간단한 비트 위에 사랑 소재를 담은 감성 힙합을 자주 선보였다.

한편 1999년 결성된 크루 '스나이퍼 대군단'은 2000년 붓다 베이비로 재편성됐다. 붓다 베이비의 멤버인 힙합 듀오 스토니 스컹크, 배치기 등이 4년간 개성 있는 음악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2004년 MC스나이퍼는 붓다 베이비 멤버들과 레이블 스나이퍼 사운드를 설립해 체계적인 제작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후 MC스나이퍼는 래퍼 아웃사이더, 배치기 등의 앨범을 제작하며 프로듀서의 역량을 발휘했다.

2. 스나이퍼 사운드의 난항

'Gloomy Sunday' '마법의 성' 등 감성 힙합으로 입지를 굳혔지만, 소속사 운영에는 난항을 겪었다. 스나이퍼 사운드의 아티스트들이 탈퇴하면서 대표적인 흥행 가수들을 잃었던 것.

피아니스트 이루마가 참여한 '몽환의 숲'으로 인지도를 쌓은 힙합 듀오 키네틱 플로우는 정규 2집 앨범을 발매하기도 전에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 스나이퍼 사운드의 첫번째 데뷔 주자였던 배치기 역시 "새로운 음악을 해보고 싶다"는 이유로 2011년 계약을 해지했다.

아웃사이더와는 유독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2013년 아웃사이더는 스나이퍼 사운드와의 전속계약 해지 신청과 미정산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MC스나이퍼는 맞소송으로 반격했다. 아웃사이더가 소속사 동의 없이 정규 4집 앨범을 발매한 내용에 대해 음반 활동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2년 간 이어진 싸움은 아웃사이더가 스나이퍼 사운드에서 발표한 실연권과 리메이크권을, MC스나이퍼가 마스터권을 갖는 것으로 합의하면서 2015년 마무리됐다. MC스나이퍼는 스나이퍼 사운드의 경영권에서 손을 떼고 2014년 소속사 비카이트를 설립했다.

힙합가수 MC스나이퍼는 한때 친한 동료였던 힙합가수 아웃사이더와 미정산금 청구 문제로 2년에 걸쳐 법적 공방을 벌였다. 벌어진 사이는 지금까지 회복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힙합가수 MC스나이퍼는 한때 친한 동료였던 힙합가수 아웃사이더와 미정산금 청구 문제로 2년에 걸쳐 법적 공방을 벌였다. 벌어진 사이는 지금까지 회복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3. 샘플링의 대가

MC스나이퍼는 화려한 비트보다 간단한 표현을 즐긴다. 주로 현악기 연주를 바탕으로 한 부드러운 멜로디를 선호하며 가스펠의 거장 커크 플랭클린의 'Don't Cry', 교향곡 'Gloomy Sunday' 등과 같은 명곡 샘플링에 특화된 재능을 보인다. 사랑 노래로 인기를 끌었지만, 사회 문제에도 관심이 많아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을 주제로 한 '개구리 소년', 낙태 문제를 다룬 '49제 진혼곡' 등을 발표하기도 했다. 힙합계에서는 드물게 느린 템포의 래핑과 시적인 가사를 구현하면서 흥행을 누린 가수로 평가된다. 일각에서는 간결한 비트와 플로우로 음악이 단조롭다는 지적도 있다.

힙합 트렌드가 변하면서 인기도 주춤한 경향을 보이지만, 2012년 Mnet '쇼미더머니 1', 2016년 '힙합의 민족' 등 꾸준히 방송에 얼굴을 비치고 있다. 최근 7인조 힙합 밴드 구성 계획을 세우고 음악 작업에 매진하며 제 2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 정규 1집 'BK Love'

● 정규 1집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 정규 3집 'Gloomy Sunday'

● 정규 3집 '대화'

● 정규 4집 'Better Than Yesterday'

● 정규 5집 '마법의 성'

● '돌아가요'

이소라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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