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 성장 치우쳐 폐해 심각
저가상품 범람 부작용도 속출
道, 뒤늦게 중장기 대책 마련
“돈을 주고 관광객을 사오고, 5만원짜리 ‘1+1’ 제주 크루즈 여행상품이 팔리고 있는 게 제주관광의 현실입니다.”
제주지역 한 여행사 대표의 한마디다. 그는 “수 년 전부터 제주도와 관광업계가 제주관광 질적 성장을 외쳤지만 결론은 별 성과 없이 말잔치로만 끝났다”며 “지금이라도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해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면 제주관광의 미래는 불투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주관광이 그동안 양적 성장에 치우치면서 방문 관광객 수는 급증했지만 저가 관광상품들이 난립해 싸구려 관광지로 전락하고 있다. 여기에 한꺼번에 관광객이 몰리면서 쓰레기와 상하수도 처리 시설들이 한계치를 넘어서고, 도심지는 교통지옥으로 변하는 등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결국 제주도가 제주관광의 질적 성장 해법을 제시하겠다고 밝혔지만, 관광업계 일부에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반응이다.
18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 수는 2006년 531만명에 불과했지만 7년만인 지난 2013년 1,000만명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1,364만명까지 급증했다. 올들어서도 지난 17일 현재까지 1,279만명이 제주를 찾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7%(201만명) 늘어나는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추세면 올해 1,500만명 돌파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제주관광이 단기간에 양적인 성장을 거뒀지만, 그 뒷면에는 저가상품이 판을 치는 등 폐해도 심각한 상황이다. 중국 여행사들은 관광객을 모집한 후 제주로 보내면서 국내 여행사에 당연히 줘야 할 숙박비·식비 등 여행비용을 아예 지불하지 않는다. 오히려 국내 여행사가 ‘인두세’란 명목으로 중국 여행사에 1인당 일정액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크루즈 관광객도 마찬가지다. 300위안(한화 5만원)으로 한명이 덤으로 여행할 수 있는 ‘1+1’ 제주 크루즈 관광상품까지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국내 여행사들은 영업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관광객들을 무료 관광지만 데리고 가고 쇼핑을 강요한다. 제주관광이 싸구려 관광으로 전락하는 이유다.
관광객 급증에 따른 이익도 대기업이 운영하는 면세점과 중국 자본이 운영하는 여행사들이 독차지하고, 정작 제주지역경제에는 큰 파급효과 없이 각종 부작용만 속출하고 있어 도민들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제주지역 쓰레기배출량은 5년 사이 두 배 가까이 급증했고, 차량 증가로 도심지를 중심으로 심각한 교통난을 겪고 있다. 또 상ㆍ하수도 처리시설 용량도 한계를 넘어섰고, 범죄가 급증하면서 도민들의 불안감을 호소하는 등 제주의 수용능력을 넘어섰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도는 뒤늦게 관광객 급증으로 인한 각종 부작용 문제를 해소하고, 제주관광의 질적 성장 방안 마련을 위해 민관 전문가가 참여하는 전담조직을 구성하는 등 해법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 전담조직은 관광객 증가에 따른 쓰레기, 교통, 상‧하수도 등 제반 문제를 분석하고 개선하기 위해 제주 미래관광에 대한 인프라수용 태세 분석 연구 용역을 추진한다.
또한 지금까지 제주관광의 질적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불공정 저가 단체관광을 개선하고, 면세점 송객수수료 관행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외국인 관광객 범죄 예방을 위해 무사증제도 개선 추진과 크루즈 관광 활성화에 따른 지역경제 파급효과 극대화 방안 등도 중점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오는 12월까지 최종 검토회의를 거쳐 제주관광 질적 성장을 위한 중장기 대책을 마련한 후 내년부터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