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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어머니는 무조건 아름답다

입력
2016.10.1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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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려면 돈이 든다. 모 결혼정보업체의 조사에 의하면 평균 2억7,000만원이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수치다. 조사 대상이 죄다 상류층인가 보다. 집 마련하고, 혼수 장만하고, 멋진 웨딩홀에서 식을 올려야 결혼인 줄 안다. 수많은 사람의 주말 시간을 빼앗아 가면서 “우리 결혼 합니다”라고 화려하게 신고식을 한다. 갖출 것 다 갖추어야 시작할 수 있다고 믿는다. 얼마 전, 20대 후반 친척인 남성이 “전세금 2억원 마련하느라고 힘들었다”며 많이 보태주지 않는 부모를 탓할 때 한 대 치고 싶었다. 그래 놓고 셋 중 하나는 이혼한다. 이럴 거면 결혼식 같은 거 하지 마라. 거창하게 예식 올리고 전셋집 멋지게 마련해 놓고 아이는 낳지 않는다. 그러면서 나라 탓, 경제 탓, 부모 탓만 한다. 도무지 독립할 생각이란 없는 마마보이, 마마 걸이 소꿉장난하다가, 언제 유기해도 상관없는 애완동물이나 기르며 솟아오르는 호르몬을 소비한다.

인정한다. 사교육비로 수억원이 드는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하나 낳아 기른다는 건 모험 아니면 미친 짓이다. 지금 부모인 모든 이들은 모험 아니면 미친 짓을 했기 때문에 제정신 아닌 채로 살아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출생률은 1.24로 세계 최저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이렇게 간다면 서기 2500년쯤에는 인구가 멸절되어 대한민국은 사라진다. 우리 이야기 아니니까 상관없는 것인가.

출산을 장려할 생각이라면 ‘결혼 없는 출산’도 장려하자. 미혼모 이야기다. 미혼모의 미혼은 ‘결혼하지 않은’ 미혼(未婚)이 아니라 ‘아름다운’ 미혼(美婚)이어야 한다. 회사에 20대 후반 이애린씨가 있다 치자. 그가 결혼했는지 안 했는지 모르겠으나(우린 이걸 꼭 밝히고 산다. 제발, 남의 개인사에 신경 좀 쓰지 말자), 어느 날, 배가 불러온다. 꼰대 김 부장은 이렇게 이야기 하겠지. “아니, 언제 결혼했어?” 이러지 말자. 그냥 “축하해”라고 말하자. 이 아이를 누가 키울 거냐고. 아이의 생물학적 엄마, 아빠는 물론 가장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아이 하나를 기르려면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 이웃이 키우고 공동체가 키우고 회사가 키우고 지방자치단체가 키워야 한다. 나와 당신이 관여해야 하고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프랑스는 임신수당, 육아 휴직 수당, 6세 미만 보육비 공제, 임신 검사 비용 100% 의료 보험 적용 등 파격적인 출산 정책으로 1993년 1.66이던 출산율을 2015년 2.08까지 끌어 올렸다. 모성 보호에 관련된 예산이 GDP의 3%로 국방 예산을 넘는다. 우리나라의 모성보호 관련 예산은 2016년 기준 처음으로 1조원이 넘었지만 국방 예산은 39조원에 육박한다. 사람이 없으면 무기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예산보다 더 중요한 건 주위의 시선이다. 미혼모를 위한 입법 활동에 관여하는 명랑캠페인 오호진 대표는 “일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우리 사회의 편견”이란다. 우리는 21세기를 살면서 15세기의 대인(對人) 개념을 갖고 있다. 인간은 경계의 동물이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나 아닌 타인이 결혼하든 말든, 이혼하든 말든, 재혼 삼혼 사혼을 하든 말든 이제는 더 이상 관여하지 말자. 결혼하고 아이를 낳든, 아이를 낳고 결혼하든, 혹은 결혼과 무관하게 아이를 낳든 신경 좀 쓰지 말자. 아이 가진 여성은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모성을 가진 아름다운 어머니다. “식을 올렸느냐”를 묻기 전에 “아이는 건강한가”를 물어보자. 그 아이가 씩씩하고 구김살 없이 자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고민하자. “결혼도 안 하고 아이를 낳다니”하고 비난하기 전에 “이 나라에 필요한 미래의 인재를 낳아주어 고맙다”고 말하자. 우리 모두 이 아이의 부모가 되면, 정말 안 되는 걸까.

명로진 인디라이터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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