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타이거즈 선수단 버스를 모는 운전사들이 과속 방지를 위해 장착된 속도제한장치를 불법으로 개조한 뒤 선수들을 싣고 과속 운행을 해온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들에겐 원정 경기로 인해 장거리 이동이 잦은 선수들을 경기 시간에 늦지 않게 수송하는 게 선수단 안전보다 우선이었지만 구단 측은 이를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2014년 시즌 개막을 앞둔 3월 말. 28인승짜리 선수단 버스 운행을 맡은 운전사 S(59)씨는 버스에 장착된 속도제한장치를 개조하기로 마음 먹었다. 현행법상 버스의 최고 속도가 시속 110㎞로 묶여 있는 탓에 선수단을 경기 시간에 맞춰 이송하기가 빠듯했기 때문이었다. S씨는 ‘엔진 출력 증강’ 이라고 적힌 명함 크기의 광고 전단을 보고 무자격 자동차 정비업자 K(46)씨를 KIA타이거즈 홈구장인 광주-KIA 챔피언스 필드 주차장으로 불러 들여 최고속도제한장치 조작을 부탁했다.
10톤 이상의 운송사업용 버스는 출고 당시 최고속도제한장치가 장착돼 가속페달을 밟아도 제한 속도를 넘지 못하도록 돼 있지만 K씨에게 속도제한장치를 푸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실제 K씨는 ‘갈레토’라는 차량 속도제한장치 해제 기기를 선수단 버스의 전자제어장치(ECU)에 연결해 최고속도제한 설정 값을 손쉽게 풀었다. 또 다른 선수단 버스 운전사 2명도 같은 방법으로 1ㆍ2군 선수들이 이용하는 버스 2대의 속도제한을 해제했다. S씨 등은 자동차 정기검사 때는 버스의 최고속도제한 설정 값을 원상 복구해 통과한 뒤 검사가 끝나면 이를 다시 해제해 단속을 피해갔다. 이들은 지난해 12월까지 모두 6차례 걸쳐 장치를 조작했고, 그 대가로 업자들에게 건당 15만~25만원을 건넸다.
K씨 등 업자 4명은 2012년 7월부터 작년 말까지 KIA타이거즈 선수단 버스뿐만 아니라 관광ㆍ전세버스 4대와 제한 최고 속도가 시속 90㎞인 화물차 19대의 속도제한장치를 무단 조작하기도 했다. 광주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8일 K씨 등 업자 4명과 S씨 등 버스ㆍ화물차 운전자 25명, KIA타이거즈 대표 박모(58)씨를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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