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회의원들이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18일 단체로 참배했다.
야스쿠니 추계예대제(例大祭ㆍ제사) 둘째 날인 이날 오전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일본 여야 중ㆍ참의원 85명은 도쿄도(東京都) 지요다(千代田)구 소재 야스쿠니신사를 방문해 집단으로 참배했다. 교도(共同)통신 등에 따르면 이는 작년 추계 예대제때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71명보다 더 불어난 숫자다. 이들은 매년 패전일(8월 15일)과 봄ㆍ가을 제사에 야스쿠니신사를 단체로 참배해 왔다.
전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내각총리대신 아베 신조’ 명의로 ‘마사카키’라는 공물을 봉납했다. 야스쿠니신사의 가을 제사는 20일까지이며 일부 각료가 참배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총리는 2차 집권 다음해인 2013년 12월 야스쿠니를 직접 참배했으나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강한 비난이 일자 이후부터는 주요 행사때 공물이나 공물료(다마쿠시료)만 보내고 있다.
국회의원 참배모임 오쓰지 히데히사 회장(자민당 참의원)은 이날 참배 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가 참배하지 않은데 대해 “외국과의 관계를 생각한 뒤 판단한 것이라면 돌아가신 분들도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그런 사실을 솔직히 인정해 ‘참배를 못한 것은 통한의 극치’라고 말해주는 게 좋다”고 밝혔다.
야스쿠니신사에는 도쿄 극동군사재판 판결에 따라 교수형이 집행된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과 근대 일본이 일으킨 크고 작은 전쟁에서 숨진 246만6,000여 명이 합사돼 있다.
우리 정부는 이날 일본 국회의원들의 집단참배와 관련 “깊은 우려와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일본 정부 및 의회 정치지도자들이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야스쿠니 신사에 또다시 공물과 참배를 되풀이했다”고 비판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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