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오지환(26)은 2016 포스트시즌에서 지옥과 천당을 오가고 있다. KIA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실책 2개로 팀 패배의 빌미를 제공하더니 2차전에서는 호수비로 팀을 구했다. 양상문 LG 감독은 변함없는 신뢰를 보이며 흔들림 없이 오지환을 중용했다.
오지환은 지난 13일 넥센과 준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1차전에서도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타구를 놓쳐 경기 흐름을 내 줄뻔했다. 극과 극의 플레이로 LG를 웃기고 울린 오지환이 ‘오지환 시리즈’의 마지막을 해피엔딩으로 장식하며 팀을 플레이오프에 올려 놓았다.
LG는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오프 4차전에서 4-4로 맞선 8회말 터진 오지환의 결승타를 앞세워 5-4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3승1패를 만들며 2014년 이후 2년 만에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에 진출해 정규시즌 2위 팀 NC와 21일부터 한국시리즈 진출을 다투게 됐다. 후반기 무서운 페이스로 정규시즌 4위에 오른 LG는 와일드카드에서 KIA를 1승1패로 꺾은 데 이어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정규시즌 3위 넥센 마저 꺾는 파죽지세로 팀 통산 9번째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게 됐다. NC와는 2년 만의 포스트시즌 리턴매치다. 2014년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나 LG가 3승1패로 승리하고 플레이오프에 오른 바 있다. 당시 플레이오프에선 넥센에게 1승3패로 졌지만 이번에 설욕했다.
오지환은 4-4로 맞선 8회말 2사 1ㆍ2루에서 정규시즌 세이브 1위(36개) 김세현(넥센)의 5구째를 받아 쳐 빗맞았지만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천금 같은 결승타를 때렸다. 오지환은 이날도 출발이 좋지 못했다. 오지환은 팀이 선취점을 내준 2회초 1사 1ㆍ2루에서 좌익수 쪽으로 빠지는 박동원의 타구를 잡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팔을 뻗어 공이 글러브에 닿았지만 잡지 못하고 굴절되면서 파울 라인 옆으로 빠졌다. 이 때 2루 주자는 홈을 밟았고, 1루 주자는 3루에 안착했다. 타자 주자도 2루까지 갔다. 공식 기록은 좌전 2루타. 내야 안타로 기록되고 ‘원히트, 원에러’를 줄 상황이 2루타로 인정됐다. 2점째를 내준 LG 선발 류제국은 이후 서건창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고 4실점 했다.
그러나 오지환은 고개 숙이지 않고 차곡차곡 실수를 만회하기 시작했다. 0-4로 뒤진 3회말 2사 1ㆍ3루에서 오지환은 넥센 선발 스캇 맥그레거를 중전 적시타로 공략해 추격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어 2-4로 따라간 5회 무사 1ㆍ2루에서는 상대 왼손 구원투수 오주원을 상대로 투스트라이크의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침착하게 대응해 중전안타로 무사 만루의 기회를 만들어 동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어 8회말 결승타까지 쳐 내며 해결사로 우뚝 섰다. 이날만 5타수 4안타 2타점을 기록한 오지환은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12타수 6안타(0.500)에 3타점을 올리는 맹활약으로 몇 차례 수비 실수를 완전히 만회하고 시리즈 MVP까지 선정됐다.
LG는 믿었던 선발 류제국이 2이닝 만에 4피안타 1볼넷 4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가 위기를 맞았지만 6명의 철벽 불펜을 가동해 짜릿한 역전승을 일궜다.
반면 넥센은 류제국의 초반 난조를 틈타 4점을 선취했지만 시리즈를 최종 5차전으로 몰고 가는 데 실패했다. 넥센은 비록 ‘가을야구’ 첫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지만 올 시즌 압도적인 꼴찌 전망을 비웃고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른 것만 해도 큰 수확이다.
그러나 염경엽 넥센 감독은 경기 후 공식 인터뷰를 통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ㆍ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ㆍ김주희기자 juh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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