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는 하반기 출범시킬 세종문화재단에 근무할 일반 사무직 직원 6명의 채용 공고를 냈다. 이 가운데 전문 경력직으로 4급 상당의 사무처장(가급)을 비롯해 팀장(다급ㆍ6급 상당)도 2명이나 뽑는다. 이렇게 광역자치단체 산하기관 직원을 한꺼번에 6명이나 뽑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세종시가 출범 4년을 맞아 신생 조직을 만들다 보니 생기는 수요다. 더구나 정부 또는 자치단체 산하기관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직장이어서 관련 분야에 관심이 있거나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대거 눈독을 들이고 있다. 시는 이달 말까지 채용을 마무리 짓고, 문화재단을 가동할 예정이다.
13년의 보험 영업 경력을 가진 A씨는 얼마 전 세종에서 보험 시장을 개척하기로 마음먹었다. 시장이 단기간에 커질 것이라는 판단한 A씨는 현재 함께 일할 직원 2~3명을 모집하고 있다. 처음에는 다소 힘들겠지만 자신이 가진 경험과 노하우, 인맥, 그리고 수백 명에 달하는 순수고객 데이터를 활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A씨는 “세종은 분명히 블루 오션이다”라고 확신하며 “팀을 짜 시장 개척과 브리핑 영업을 병행해 사업을 키운 뒤 인력도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출범 4년을 맞은 세종시에 일자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세종시의 시세가 확대되고, 도시 정주여건이 개선되는 데다 인구도 꾸준히 유입되면서 공공ㆍ민간 부문 가릴 것 없이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자사 사이트에 등록된 지역별 채용공고 분포 분석 결과, 세종의 채용공고는 1만6,369건으로 지난해 상반기(9,883건)에 비해 무려 65.6%(6,486건) 증가했다. 세종의 채용공고 증가율은 같은 기간 전국 평균(22%)의 3배에 육박하며, 전국에서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증가폭이 가장 큰 업종은 정보통신(IC)으로 115.8% 늘었으며, 미디어ㆍ광고ㆍ문화ㆍ예술 업종 증가율도 80%를 웃돌았다.
세종시가 전국에서 가장 큰 일자리 증가율을 보이는 것은 도시 기능이 본격적으로 갖춰지고, 기업 입주도 꾸준히 이뤄지면서 지역 내 일자리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세종시에는 2014년부터 새로운 사업장이 속속 생겼다. 그 해 7월부터 반 년 동안 철구조물과 인쇄업 등 23개의 사업장이 늘었다. 2015년에는 산업용 재료 및 제어장치 업체 등 48개의 사업장이 추가로 들어섰다. 올해도 9월까지 첨단기술로 무장한 업체들이 다수 포함된 36개 기업이 등록을 마치고 영업에 들어갔다. 아울러 세종시 내 연구소기업도 2012년 44곳에서 올 6월 기준 104곳으로 배 이상 늘었다. 여기에 식당과 점포 등 소규모 사업장까지 포함하면 세종지역 일자리 수요는 수년 전에 비해 몇 배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종시의 폭증하는 일자리 수요는 고용동향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7월 기준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의 고용동향을 보면 세종의 신규 구인인원은 1,549명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37.6%(423명) 많다.
공공 부문의 일자리 수요도 많다. 세종시는 문화재단을 비롯해 복지재단, 시설관리공단, 교통공사 설립 등을 추진 중이거나 계획 중이다. 출범 4년을 넘기면서 행정이 점차 정착하면서 여러 공공부문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다. 전국 17개 시ㆍ도 가운데 여러 곳의 산하기관 및 단체의 인력 수 십 명을 한꺼번에 채용하는 곳은 세종시 밖에 없다.
일자리가 크게 늘다 보니 사업장에선 오히려 사람 구하는 게 힘들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실제 올 7월 취업건수는 1,114건으로 전년보다 45.4%(348건) 늘었지만, 신규 구인인원보다 훨씬 적다. 이는 업종이나 급여 등 조건 등이 맞지 않은 탓도 있지만, 늘어나는 일자리 수요에 비해 지역 내 구직자수가 아직 적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요식업계와 소규모 점포와 사업장 등에서도 이런 현상은 쉽게 확인된다. 1년 전 신도심에 식당을 개업한 한 업주는 “대전에선 아르바이트생을 빨리 빠르고 쉽게 구했는데 세종에선 사람 구하는 게 한 달 넘게 걸릴 정도로 훨씬 힘들다”고 말했다.
남궁호 시 투자유치과장은 “출범 초에 비해 인구가 배 이상 늘고, 도시의 편의시설도 확충되면서 일자리 수요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신도심과 구도심의 첨단산단 개발 및 기업 유치 등으로 일자리 수가 가파르게 상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ㆍ사진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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