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기억이 잘 안나” 무책임 답변
송민순 “진실은 도망 안 가” 감정 대응
‘송민순 회고록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007년 11월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과정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17일 ‘문 전 대표가 기권 과정에서 북한에 사전에 의견을 물어보자는 제안에 동의했다’는 송 전 장관의 주장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논란의 당사자인 문 전 대표가 사실관계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으면서 의혹은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송 전 장관의 회고록 ‘빙하는 흐른다’에서 공개된 내용을 근거로 노무현정부의 대북정책 10대 의혹을 추가 제기했다.
이번 논란 이후 처음 공개 활동에 나선 문 전 대표는 ‘대북 사전 문의설’을 묻는 취재진 에게 구체적 해명을 하는 대신 정부 여당에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그는 “허구한날 종북타령과 색깔론으로 국정운영의 동력으로 삼고 있으니 우리 경제와 민생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새누리당이 그러거나 말거나 저와 우리당은 경제와 민생 살리기에 전념하고 우병우 민정수석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과 비리의 전모를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반박했다. 사실관계를 따지는 질문에는 “당시를 잘 기억하는 분들에게 물어보라”고 떠넘겼다. 이재정 당시 통일부 장관 등이 문 전 대표가 처음에는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했다는 증언을 했지만, 문 전 대표는 이에 대해서도 “솔직히 그 사실조차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당장 여당은 “국민을 우롱하는 책임 회피 발언”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친박계 좌장인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은 “뭔가 켕기는 게 있는 게 아니냐”고 꼬집었고,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도 “코미디를 보는 듯한 심정이다”며 문 전 대표에게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송 전 장관 역시 일방적 주장을 고집할 뿐 추가적 설명 없이 진실공방 사태를 키우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대북 사전 문의설’에 대해 참여정부 인사들과 사실관계가 엇갈리는 데 대해 “진실은 도망가지 않는다”거나 “희랍어도 아니고 한국말로 다 써있는데 다 알 수 있지 않느냐”고 감정적 반응만 내보였다. 송 전 장관은 야권 일각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띄우기 위한 줄서기 행보라고 지적한 것에 대해 “전혀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논란의 당사자들이 파문을 되레 확산시키면서 여야 대립도 전면전 양상이다. 새누리당은 ‘대북결재사건 태스크포스(TF)’를 진상규명 위원회로 격상시키고, 19일로 예정된 국정원 국감에서도 진상규명을 벼르고 있다. 여당은 이번 논란에 대한 국정조사 및 청문회, 특검도 검토하고 있다. 더민주 역시 역대 보수정권의 북한 비밀접촉 사례를 거론하며 색깔론 공세에 맞서고 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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