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혐의ㆍ조사내용 빼고 브리핑
“방향조차 알려주지 않는다” 분통
운전자에 수사 집중 답변 나오자
“관광업체 대표를 구속하라” 격앙
“무면허 경력 운전자 채용이 원인”
안전관리 규정 준수 등 조사 촉구
울산 관광버스 화재 참사 유가족들이 17일 열린 경찰의 수사상황 브리핑 과정에서 “수사방향조차 알려주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은 “수사 중인 상황이고 혐의와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은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지만 유가족들은 수사방향 공개 및 관광업체 책임자 처벌 등을 재차 강력하게 요구했다.
울산 울주경찰서는 이날 오후 2시 울산 남구 울산국화원에서 유가족들을 상대로 브리핑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경찰은 버스기사 이모(48)씨의 구속 수사, 이씨의 음주ㆍ마약 등 약물중독 감정의뢰, 관광업체인 태화관광㈜에 대한 압수수색 등을 간략히 브리핑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혐의나 조사내용이 빠지면서 유가족들이 불만을 토로했다. 한 유가족이 “관광업체인 태화관광에 대한 수사는 어떻게 되고 있나”고 묻자, 경찰 관계자가 “현재까지는 운전자에게 집중했다”고 답하면서 분위기는 한층 격앙됐다. 화가 난 유가족들은 곳곳에서 “태화관광 대표를 구속해야 한다”는 말까지 쏟아냈다.
이에 태화관광 수사를 담당하는 조윤제 울주서 지능범죄수사팀장이 나서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이틀 동안 밤을 새며 분석하고 있다. 수사관의 명예를 걸고 한 점 의혹 없이 수사하겠다”고 설명했지만 유가족들을 달래기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피해자모임 대표 진민철(43)씨는 “원인은 버스회사가 제공했는데 경찰 수사는 버스기사에게 집중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모임은 울산 관광버스 화재 참사의 생존자 및 사망자 유가족들로 구성됐다.
음주ㆍ무면허 경력의 엉터리 기사 문제부터 거론한 진씨는 “관광업체가 1차적으로 사고 원인을 제공한 부분이 있다”며 “전과가 있다고 취업을 못하는 건 아니지만 수십 명의 목숨을 담보로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사람을 충분한 검토 없이 채용한 건 회사 책임이다”고 주장했다.
또 진씨는 “그런 사람을 채용할 수밖에 없는 태화관광의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달라”며 “과도한 업무와 낮은 연봉 등 열악한 근무조건으로 이직이 늘고 지원자가 줄어 경력을 따지지 않고 채용한다면 유사 사고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사망자들의 시신은 울산국화원에 안치돼있고, 빈소와 합동분향소도 마련돼 있지만 장례절차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진씨는 “관광업체의 실질적인 책임자가 누구인지, 책임은 어디까지인지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며 “억울하게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면 현재 상황에선 장례를 치를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 브리핑에 이어 유족들은 이날 오후 4시쯤 울산시청을 항의방문, 태화관광이 안전관리 규정을 준수했는지를 면밀히 조사해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 15일 태화관광 사무실에서 압수한 운행일지, 버스기사 안전교육 자료, 차량 관리기록 등 물품을 분석해 버스기사의 안전운행 관리와 차량 정비관리에 문제점은 없는지 파악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울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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