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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울산 참사, 버스회사 책임 더 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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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울산 참사, 버스회사 책임 더 큰데…”

입력
2016.10.17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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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혐의ㆍ조사내용 빼고 브리핑

“방향조차 알려주지 않는다” 분통

운전자에 수사 집중 답변 나오자

“관광업체 대표를 구속하라” 격앙

“무면허 경력 운전자 채용이 원인”

안전관리 규정 준수 등 조사 촉구

울산 울주경찰서 관계자가 17일 울산 남구 상개동 울산국화원에 마련된 관광버스 화재사고 사망자 장례식장에서 유족들에게 수사 상황을 설명하기에 앞서 고개를 숙여 조의를 표하고 있다. 울산=뉴시스
울산 울주경찰서 관계자가 17일 울산 남구 상개동 울산국화원에 마련된 관광버스 화재사고 사망자 장례식장에서 유족들에게 수사 상황을 설명하기에 앞서 고개를 숙여 조의를 표하고 있다. 울산=뉴시스

울산 관광버스 화재 참사 유가족들이 17일 열린 경찰의 수사상황 브리핑 과정에서 “수사방향조차 알려주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은 “수사 중인 상황이고 혐의와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은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지만 유가족들은 수사방향 공개 및 관광업체 책임자 처벌 등을 재차 강력하게 요구했다.

울산 울주경찰서는 이날 오후 2시 울산 남구 울산국화원에서 유가족들을 상대로 브리핑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경찰은 버스기사 이모(48)씨의 구속 수사, 이씨의 음주ㆍ마약 등 약물중독 감정의뢰, 관광업체인 태화관광㈜에 대한 압수수색 등을 간략히 브리핑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혐의나 조사내용이 빠지면서 유가족들이 불만을 토로했다. 한 유가족이 “관광업체인 태화관광에 대한 수사는 어떻게 되고 있나”고 묻자, 경찰 관계자가 “현재까지는 운전자에게 집중했다”고 답하면서 분위기는 한층 격앙됐다. 화가 난 유가족들은 곳곳에서 “태화관광 대표를 구속해야 한다”는 말까지 쏟아냈다.

이에 태화관광 수사를 담당하는 조윤제 울주서 지능범죄수사팀장이 나서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이틀 동안 밤을 새며 분석하고 있다. 수사관의 명예를 걸고 한 점 의혹 없이 수사하겠다”고 설명했지만 유가족들을 달래기는 역부족이었다.

경부고속도로 교통사고 피해자모임 대표 진민철(43)씨. 진씨는 이번 사고로 아버지 진성곤(72)씨와 어머니 박분화(66)씨, 숙모 서잠순(57)씨를 잃었다.
경부고속도로 교통사고 피해자모임 대표 진민철(43)씨. 진씨는 이번 사고로 아버지 진성곤(72)씨와 어머니 박분화(66)씨, 숙모 서잠순(57)씨를 잃었다.

이날 피해자모임 대표 진민철(43)씨는 “원인은 버스회사가 제공했는데 경찰 수사는 버스기사에게 집중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모임은 울산 관광버스 화재 참사의 생존자 및 사망자 유가족들로 구성됐다.

음주ㆍ무면허 경력의 엉터리 기사 문제부터 거론한 진씨는 “관광업체가 1차적으로 사고 원인을 제공한 부분이 있다”며 “전과가 있다고 취업을 못하는 건 아니지만 수십 명의 목숨을 담보로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사람을 충분한 검토 없이 채용한 건 회사 책임이다”고 주장했다.

또 진씨는 “그런 사람을 채용할 수밖에 없는 태화관광의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달라”며 “과도한 업무와 낮은 연봉 등 열악한 근무조건으로 이직이 늘고 지원자가 줄어 경력을 따지지 않고 채용한다면 유사 사고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사망자들의 시신은 울산국화원에 안치돼있고, 빈소와 합동분향소도 마련돼 있지만 장례절차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진씨는 “관광업체의 실질적인 책임자가 누구인지, 책임은 어디까지인지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며 “억울하게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면 현재 상황에선 장례를 치를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 브리핑에 이어 유족들은 이날 오후 4시쯤 울산시청을 항의방문, 태화관광이 안전관리 규정을 준수했는지를 면밀히 조사해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 15일 태화관광 사무실에서 압수한 운행일지, 버스기사 안전교육 자료, 차량 관리기록 등 물품을 분석해 버스기사의 안전운행 관리와 차량 정비관리에 문제점은 없는지 파악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울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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