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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솔방울

입력
2016.10.1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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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와 아침 산책을 나섰다가 솔방울을 한가득 주워온 적이 있다. 가을인데, 솔방울 한 바구니 탁자 위에 올려두면 예쁘겠구나 생각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비눗물로 싹싹 문질러 씻은 뒤 채반에 받쳐두었는데 두어 시간이 지난 뒤 나는 화들짝 놀라버렸다. 분명 활짝 열렸던 솔방울이었는데 요 녀석들이 모조리 입을 오물짝 다물었던 거다. 솔방울을 주워온 것도 처음이었고 비눗물에 씻어본 것도 처음이었다. 그러니 솔방울이 입을 벌린 것도, 오물짝 다문 것도 처음 본 거였다. 하도 신기해 여기저기 다 떠들고 다녔다. “진짜야! 정말 입을 딱 다물었어. 조개도 아니고, 요것들이!” 같이 놀라 꺅꺅거리는 친구가 절반, 그것도 몰랐냐는 타박이 절반이었다.

어쨌거나 그 일로 인해 솔방울이 가습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에 담갔다가 그릇에 놓아두면 천천히 습기를 내뿜는단다. 그래서 흰 접시를 한 개 꺼내 물에 적신 솔방울을 소담하게 담았다. 조금 허전한가 싶어 달걀 두 알을 꺼내 끄트머리를 살살 깼다. 한 알이 퍽 터지는 바람에 한 알을 더 꺼냈다. 달걀 껍질에다 물을 채워 금잔화와 데이지를 한 송이씩 꽂았다. 마당에 마구 핀 녀석들이었다. 마침 흰 달걀을 사둔 터라 솔방울과 어우러져 아주 앙증맞기 그지없었다. 흰 접시가 아니라 장독 뚜껑이었으면 더 예뻤을 텐데. 근처에 장독 가게가 없어서 잔뜩 약이 올랐다. 달걀 프라이를 세 개나 먹은 날이었다. 지금 사는 곳에는 솔방울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냉장고에도 흰 달걀이 없고, 여전히 장독 뚜껑도 없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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