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가 바람 잘 날이 없다.
순위 다툼이 한창 달아올라야 할 시즌 막판이지만 심판 매수 사건에 대한 후폭풍으로 여전히 뒤숭숭하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15일 선두 전북 현대와 클래식(1부) 34라운드 원정에서 3-2로 이겼다. 엎치락뒤치락 명승부 끝에 전북의 올 시즌 무패 행진이 33경기(18승15무)에서 멈췄다. 전북의 선제골을 터뜨린 이동국(37)은 시즌 10호 골로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2009~16) 기록을 세웠다. 같은 날 2위 FC서울이 울산 현대를 2-0으로 이기면서 전북과 승점 60으로 동률이 됐다. 다득점(전북 62골, 서울 60골)에서 앞선 전북이 간신히 선두다. 원래 전북이 승점 10점 이상 앞섰지만 심판 매수로 지난 달 30일 승점 9점을 깎인 데 따른 결과다. 하지만 이런 이슈들은 프로축구연맹이 전북에 내린 징계에 대한 비판 여론 그리고 최강희(57) 전북 감독의 판정 불만 등에 묻히고 말았다.
최강희 감독은 제주에 진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우리 말고는 모두가 원하는 결과였다”고 뼈있는 말을 했다. 심판 매수 사건 후 전북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한 발언이다. 이어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적과 싸워 왔다”고도 했다. 최감독이 말한‘적’이란 불리한 판정을 의미한다. 최 감독은 “첫 실점 장면에서 완벽한 파울이 (끊기지 않아) 결국 실점이 됐다. 그런 장면이 한 둘이 아니었다”고 분개했다.
반면 팬들은 프로연맹과 전북을 성토하고 있다.
이날 서울 서포터들은 홈 경기장에 ‘-9 정도면 매수 할 만하지’ ‘전북+심판+엿맹=매수 삼합’ 등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프로연맹 징계에 항의하는 표시다. 9점 감점에 반대하는 의미로 킥오프 후 9분 동안 응원도 안 했다. 이에 앞서 서울과 울산, 포항 등 7개 구단 서포터 연합도 전북에 추가 징계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당분간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챌린지(2부)에서는 ‘태업’ 의혹도 불거졌다.
챌린지 선두 안산 무궁화(경찰축구단)가 15일, 10위 충주 험멜에 1-8로 대패했다. 전반 29초 만에 선제골을 내주는 등 90분 내내 무기력했다. 두 팀의 전력 차를 감안하면 이해하기 힘들다. 이전 맞대결에서도 안산이 2승1무(2-1, 2-1, 1-1)로 앞섰다. 안산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진 결과로 보인다. 안산은 올 시즌 후 시민구단으로 전환 창단하고 경찰청은 내년에 충남 아산으로 연고를 옮긴다. 이에 따라 안산 선수들은 올 시즌 1위를 해도 클래식 승격을 안 하고 챌린지에 남는 것으로 지난 달 30일 결론 났다. 우승 목표가 사라진 선수들이 동기를 잃었다는 분석이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특별히 ‘태업’이라고 볼 만한 플레이는 아니었다”면서도 “안산 선수들 플레이가 아쉽긴 하다”고 씁쓸해했다. 다른 구단 관계자도 “안산 선수들은 프로에서 군 복무를 대신하는 큰 혜택을 받았다. 1부에 못 올라간다고 이런 성의 없는 모습을 보인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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