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ㆍ가스 등 화석연료 사용 않고
폐열 회수해 가동하는 시설도
교육ㆍ문화공간 ‘동화컬처빌리지’
신진 작가들 창작활동 도와
목재 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한 중견 그룹 동화의 모태인 동화기업은 친환경 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동화기업은 폐목재를 재활용해 만드는 파티클보드(PB)와 중밀도섬유판(MDF) 사업을 키워오면서 일찌감치 환경의 중요성에 눈을 떴다.
충남 아산시에 있는 MDF 생산공장은 동화기업의 대표적인 친환경 경영 사례로 꼽힌다. MDF는 종이나 인조섬유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목재의 미세한 조직인 섬유소(fiber)를 접착제와 함께 고온·고압으로 압착한 밀도 0.4~0.8g/㎤의 판상 제품이다. 조직이 치밀·균일한데다 기계 가공성과 강도도 우수해 일반 목재 대신 가구, 스피커 외관, 탁구대 등의 재료로 널리 이용된다. 이런 MDF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주원료인 목재에서 섬유소를 분리ㆍ건조하는 공정에 섭씨 170도 이상의 고온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고온의 열에너지를 기름(벙커시유)이나 가스를 연소해 얻는다. 그러나 동화기업 아산 MDF 공장은 2013년 폐열을 회수해 사용하는 시설(에너지플랜트)을 설치, 기름ㆍ가스 등의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동화기업은 “연료비가 절감될 뿐만 아니라 생산 원가도 낮출 수 있어 수익성이 개선되는 효과도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 중구 북성동에 있는 PB생산공장(그린팩토리) 역시 동화그룹의 친환경 경영을 잘 보여준다. 이 공장이 준공된 시기는 ‘재활용’이란 개념조차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1975년이다. PB는 목재를 생산하고 남은 원목 폐 잔재를 부숴 만든 작은 조각(목재칩)에 접착제를 섞어 고온ㆍ고압으로 압착시켜 만든 가공재다. 이 곳에선 수거된 건축 폐목재나 폐가구재 등에서 이물질을 제거한 뒤 목재칩으로 바꿔 연간 56만1,000㎥의 PB를 생산하고 있다. 폐목재의 재활용률은 90%에 달한다. 국내 최대 규모의 목재 재활용공장인 그린팩토리 덕분에 동화기업은 국내 PB시장 점유율(68.7%)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동화기업은 산림 폐목재를 자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2011년 산림청과 양해각서를 맺기도 했다. 산림청은 비용을 들여 버려야 했던 쓸모 없는 나뭇가지를 수월하게 처분할 수 있게 됐고, 동화기업은 PB원료를 보다 쉽게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동화기업 관계자는 “폐목재나 원목을 재활용해 만드는 PB와 MDF는 목재 자급률이 10% 안팎에 불과한 우리나라 임업은 물론 탄소감축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동화기업은 지역 사회와 주민들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동화기업은 지난해 1월 경기 안성시와 ‘소나무 재선충병 피해목 자원화 협약’을 체결했다. 나무를 갉아먹는 벌레(선충)가 늘면서 소나무 재선충 피해가 컸던 안성시로부터 피해를 입은 나무들을 받아 이를 처리해 원료로 활용했다. 지난 7월에는 제주시와 협력해 보육원과 노인요양소에 재선충 피해를 입은 나무를 활용한 마루를 시공해주기도 했다. 동화기업은 앞으로도 사회복지시설에 마루를 시공해주는 ‘사랑의 마루’ 사업을 지속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동화기업 아산 MDF 공장 직원들은 매년 설날과 추석 명절 때마다 지역 농산물을 구입해 지역의 독거 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소외계층 주민들에게 지원하고 있다.
동화기업은 문화ㆍ예술 분야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동화그룹은 경기 남양주에 있는 신개념 교육문화공간인 ‘동화컬처빌리지’를 신진 청년작가들에게 무료로 대여해주며 창작 활동을 돕고 있다. 동화컬처빌리지는 수려한 경관과 편리한 부대시설을 갖춰, 대기업들이 연수나 워크숍 장소로 찾는 곳이다. TV에 방영되는 화장품과 가전제품 등의 각종 CF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이 곳에서는 지난 3월부터 청년작가 크리에이티브 그룹인 ‘플라스크 스튜디오’ 소속 20,30대 작가 6명의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레미니스(Reminisce): 추억’ 전이 열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진행된 ‘플라스크 스튜디오’ 소속 작가들의 전시회 ‘비긴 어게인(Begin Again)’에 이어 두 번째다. 동화기업은 “동화컬처빌리지의 미술 작품 전시 공간은 기존 미술관의 폐쇄적인 느낌에서 벗어나 다양한 장르와 크기의 작품들을 산책하듯이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오픈 갤러리 형태로 구성했다”며 “많은 신진작가를 발굴하고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동화기업 관계자는 “친환경을 중시하는 기업 이념에 따라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나갈 것”이라며 “디자인을 중시하는 그룹의 강점을 활용한 메세나 경영에서도 모범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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