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원의 시 한 송이] 국수

입력
2016.10.16 18:34
0 0

대대로 나며 죽으며 죽으며 나며 하는 이 마을 사람들의 의젓한 마음을 지나서 오는 것입니다.

산에 있는 새가 계속 내려오고 가난한 어미는 김치를 묻어놓은 움막으로 가는 시절, 곰의 잔등에 업혀 길러졌다는 할머니와 재채기 소리가 산 너머까지 들렸다는 먼 옛적 할아버지처럼 오는 것입니다. 타는 듯한 여름볕과 구시월 갈바람 속을 지나, 아비 앞에는 큰사발이 아들 앞에는 작은 사발이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 조용한 마을 사람들 앞에 국수가 놓여야겠습니다. 쩡하니 찬 겨울밤, 아랫목에 국수가 한 그릇씩 놓여야겠습니다. 고담하고 소박한 국수를 지금부터 준비해야겠습니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이 마을은 원래 조용하고 의젓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었습니다.

이원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