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시간 연속 사무실서 근무”“아베 총리 격노”
일본 최대 광고회사인 덴쓰(電通)의 20대 여성 신입사원이 장시간 근무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사건으로 일본 사회가 시끄럽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장시간 근로 관행을 타파하겠다며 일하는 방식 개혁에 착수한 가운데 덴쓰에 대한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일본 노동관리당국은 지난해 12월25일 다카하시 마쓰리(당시 24세)씨가 도쿄 사택에서 뛰어내려 숨진 사건에 대해 최근 업무상재해 판단을 내렸다. 16일 미타(三田)노동기준감독서의 조사에서 다카하시씨는 작년 10월9일∼11월7일 105시간의 초과근무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도쿄대를 나와 작년에 입사한 고인은 업계의 핵심분야가 된 인터넷광고 업무를 맡아 격무에 시달렸다. 고인은 작년 10월25일 오후 7시27분 출근했다가 다음날 오전 6시5분 퇴근했으나 1분도 지나지 않아 다시 회사로 돌아간 경우도 있었다. 특히 26일 오전 6시5분부터 27일 오후 2시44분까지 일하고 퇴근한 뒤 17분후 다시 돌아왔다가 28일 0시42분에야 퇴근하기도 했다. 17분가량 외부에 나간 것을 제외하면 53시간 연속 회사에 있었던 셈이다.
지인들에 따르면 고인은 작년 11월초부터 우울증 증세가 포착됐고 일로 인한 스트레스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토로했다. “휴일도 반납하고 만든 자료가 형편없다고 한다”거나 “오전 4시인데 몸이 떨린다. 죽어야지 더는 무리다”는 감정을 글로 남겼다. 유족 측은 고인이 상사로부터 “머리가 부스스하고 눈이 충혈돼 출근하지 말라” “여자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힘이 없다”는 얘기까지 들었다고 주장했다.
일본 노동기준법은 하루 8시간, 주40시간을 상한으로 정하되 노사협의에 따라 신고하면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덴쓰는 한달 초과근무로 50시간을 신고했지만 다카하시씨는 100시간이상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노동감독당국은 덴쓰가 불법 장시간노동을 관행화했을 것으로 보고 대대적인 조사에 나섰다. 도쿄노동국은 14일 노동기준법위반 혐의로 덴쓰 본사에 당국자 8명을 파견한 데 이어 오사카ㆍ교토ㆍ나고야 지사도 조사를 시작했다.
이번 사건은 아베 정부가 관공서의 정시퇴근운동까지 벌이는 와중에 이슈로 부각되면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아베 총리는 13일 일하는방식개혁회의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져선 안된다.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 개혁을 확실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 언론은 “우리도 밤늦게 일한다” “조사가 들어와 회사가 바뀌어야 한다”는 덴쓰 직원들의 증언을 전하며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앞서 1991년에도 덴쓰에 입사한 2년 신입사원이 과로로 자살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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