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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단골집들

입력
2016.10.1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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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동에는 내 오랜 단골집이 있다. 양철탁자 몇 개 두고 삐뚜리탕을 파는 곳인데, 된장을 푼 국물에 삐뚜리를 퐁당퐁당 넣어주는 키 작고 뚱뚱한 이모가 있었다. 삐뚜리가 뭐냐는 내 질문에 이모는 “소라야, 소라. 삐뚤삐뚤 생겼잖아.” 그렇게 대답했다. 하도 자주 가다 보니 이모는 내가 가면 삐뚜리를 서너 개는 더 넣어주었다. 결혼을 하고 아기가 생기면서 어딜 돌아다니는 일이 어려워져 한동안은 집 앞 단골집만 다녔다. 아파트 앞 막국수집은 참 자주도 갔다. 눈이 부리부리한 사장님의 팔뚝은 온통 문신이었다. 그 집의 물막국수는 끝내주게 맛있어서 나는 친구가 놀러 와도, 입덧 때문에 힘들 때에도, 그리고 남편의 월급날에도 그곳엘 갔다. 아슬아슬한 미니스커트를 입은, 사장님의 며느리가 차가운 물막국수 그릇을 테이블에 탕탕 내려놓곤 했다. 물막국수를 먹고 나면 바로 맞은 편 호두과자집에 들렀다. 호두과자는 좋아하지 않았지만 2,000원짜리 더치커피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커피가 맛있지도 않았다. 내가 그 집을 좋아했던 건 사장님이 우리 아기를 정말 예뻐해 줬기 때문이었다. 누가 뭐래도 내 최고의 단골집은 양재역의 낙지집이다. 한참 가지 못했던 그곳에 어느 날 들렀더니 사장님이 부랴부랴 주방에서 무언가를 꺼내왔다. 곱게 싸놓은 아기 옷 선물이었다. “언제 올지 몰라서 내가 주방에다 갖다 놨잖아. 아이고, 언제 오나, 언제 오나, 기다렸지.” 단골집 사장님들의 반짝반짝한 눈웃음이 유독 다 그리운 오늘이다. 나도 한껏 반가운 얼굴을 하고 웃어줄 수 있는데. “이모, 저 왔어요!” 그렇게 문을 밀고 들어가고 싶은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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