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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EU 떠나도 금융환경ㆍ기업지원은 불변… 저력 믿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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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EU 떠나도 금융환경ㆍ기업지원은 불변… 저력 믿어 달라”

입력
2016.10.1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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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의 FTA 추진$ 교역 확대

금융ㆍ법률 서비스 분야 경험 교류

난민사태서 발빼기 시각은 오해

근원문제 해결ㆍ악용사례 차단 필요

대사관 뒤편 덕수궁 돌담길 100m

시민에 돌려주려 공관 재배치 중

내년 한영교류의 해, 133년 우의 업

11일 서울 중구 세종로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찰스 헤이 주한 영국대사가 한국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11일 서울 중구 세종로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찰스 헤이 주한 영국대사가 한국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천고마비(天高馬肥)! 맞죠?” 지난 11일 서울 중구 덕수궁 옆에 자리 잡은 주한영국대사관에 만난 찰스 헤이(51) 대사는 파랗게 갠 하늘을 가리키며 한국의 가을 날씨를 극찬했다. 파견국 언어를 습득하면서 5개국어를 구사한다는 헤이 대사는 웬만한 인터뷰는 한국말로 한다고 했다. 하지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ㆍEU 탈퇴)를 비롯해 민감한 이슈는 영어로 할 수밖에 없었다.

영국의 최대 현안인 브렉시트에 대해서는 헤이 대사도 걱정이 많아 보였다. 그래도 그는 “영국이 EU를 탈퇴하더라도 금융 투자 환경 및 기업 지원 활동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영국의 저력을 믿어달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브렉시트와도 떼려야 뗄 수 없는 ‘난민’ 및 ‘테러’ 문제에 대해서도 유엔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영국의 노력을 강조했다.

_세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브렉시트’를 선택했다.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가 불안해하고 있다.

“브렉시트의 결과는 현시점에서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브렉시트 결정 이후에도) 영국은 여전히 경제 활동에 활짝 열려있다. 제프리 마운트에반스 런던금융특구 시장도 언급했지만, 브렉시트 때문에 영국에서 사업을 철수한 회사는 없었다. 오히려 미국 웰스파고 은행은 런던에 본사 건물을 새로 매입하기로 했고, 삼성물산 역시 바이오매스 발전 플랜트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영국이 여전히 비즈니스 국가로서 매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_브렉시트로 인한 영국의 경제동력에 대한 걱정도 많다.

“영국은 세계 5위 경제 대국이며 여전히 ‘기업 하기 좋은 국가’ 순위에서 최상위 국가 중 하나다. 게다가 최근 영국은 사상 가장 높은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2010년 금융위기 당시 정점을 찍은 재정 적자도 3분의 2까지 줄인 상태다.”

_최근 추진하고 있는 ‘한ㆍ영 자유무역협정(FTA)’은 잘 되고 있나.

“한영 간 무역ㆍ투자 관계가 계속 굳건해질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브렉시트 이후에도 양국 간 교역과 경제 협력을 긴밀하게 추진해야 하고, FTA는 이를 위한 협력 방안이 될 것이다.”

_어느 분야에서의 협력을 기대하나.

“특히 서비스 분야의 협력이 확대되기를 바란다. 한국 정부가 최근 각종 규제를 개혁하고 서비스 진흥을 위해 노력하는 방향은 확실히 옳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서비스 분야의 양국 교류 상황을 살펴봤는데, 생각보다 부족한 교역량에 놀랐다. 법률 서비스 면에는 더욱 그러했다. 영국은 금융ㆍ법률 등 전문 서비스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다. 영국은 이 분야에서의 성장 경험을 한국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인들의 브렉시트 결정 이면에는 이민자에 대한 경계도 한 자리하고 있다. 영국은 브렉시트를 결정함으로써 이민자 문제에서 한 발을 뺐다는 국제사회의 지적도 받았다. 하지만 헤이 대사는 난민 사태를 초래한 ‘뿌리’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규모 난민 사태를 초래한 국가의 국민에게 좋은 삶의 기회가 부여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아울러 불법 경제 이민 등 이민 시스템을 악용하는 사례도 차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_영국은 프랑스나 독일 등에 비해 난민 수용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다는 느낌이다.

“그런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대량 이민에 관한 영국 정부의 입장은 난민을 그들이 속한 각각의 지역으로부터 직접 수송해 오겠다는 것이다. 더 많은 난민이 위험과 죽음을 무릅쓰면서 지중해를 건너는 것을 내버려 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가 23억 파운드 이상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난민 캠프에 지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회성 인도주의적 지원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지중해에서는 왕립 해군과 해안경비대가 파견돼 난민들의 생명을 보호 중이다.”

_세계가, 특히 유럽이 테러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해법은 있나.

“영국은 육ㆍ해ㆍ공군 합동으로 이슬람국가(IS)를 제거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 영국 공군 전투기는 지상에 있는 테러리스트들을 매일 공격하고 있으며, 육군은 이라크군과 함께 폭파 대비 훈련을 하고 있다. 해군 역시 걸프해에서 연합 항모들의 공격을 지원하고 있다. IS의 잔혹한 테러로 인해 시리아, 이라크 등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끔찍한 위협과 불안정 속에 놓여 있다.  영국은 IS의 위협에 굴하지 않을 것이며, 유럽 및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와 함께 테러에 맞서 싸울 것이다”

헤이 대사는 최근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위협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 유엔에서 논의되고 있는 ‘생계 목적’과 관련된 생필품의 제재에 대해 그는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지속하기 위해 악용한 구멍들을 닫아버릴 필요가 있다’는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대사의 언급을 거론하면서 “특히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헤이 대사의 한국에 대한 애정은 서울 외교가에서 이미 정평이 나있다. 그는 한국일보 주최 ‘철원 DMZ 국제평화 마라톤 대회’나 ‘거북이 마라톤’에도 거의 정기적으로 참석하고 있다.

_‘한ㆍ영 문화교류의 해’는 어떻게 추진 중인가.

“내년 2월부터 2년 동안 ‘한ㆍ영 미래의 해’가 시작된다. 음악, 미술, 영화, 공예 등 문화 활동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교류 활동이 펼쳐진다. 2017년 한국에서 영국의 문화 활동이, 2018년에는 영국에서 한국의 활동이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은 지난 1883년 두 번째 수교국으로 영국을 택했다. 이번 미래의 해 행사를 통해 133년 동안 이어온 양국 우호 관계는 더욱 돈독해질 것이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정리=강유빈 인턴기자

찰스 헤이 주한 영국대사가 11일 한국일보와 인터뷰 중 주한 영국대사관 건물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찰스 헤이 주한 영국대사가 11일 한국일보와 인터뷰 중 주한 영국대사관 건물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찰스 헤이(51) 주한 영국대사는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사우스햄튼 대학교에서 철학과 정치학을 전공했고 개방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영국 육군 대위 출신이기도 하다. 1993년 영국 외무부에 처음 발령받은 이후, 체코와 스페인 등 주요국 대사관 및 외무부 인사기획관 등 요직을 거쳤다. 코소보평화회담 영국 외무부 대변인, G8 준비기획단장을 역임하는 등 국제 문제 전문가이기도 하다. 외무부 영사국장이던 2014년 한국에서 잠시 복무했고, 2015년 2월 영국대사로 정식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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