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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 지평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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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 지평 열리나’

입력
2016.10.1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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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 임미희 교수팀, 치매 요소별 대응 분자 설계법 개발

정무영총장 “수출형 연구 통해 과학한류 붐 일으키겠다” 실 사례

임미희(왼쪽 두번째)교수팀/2016-10-16(한국일보)
임미희(왼쪽 두번째)교수팀/2016-10-16(한국일보)

유니스트 연구팀이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원인을 골라서 제거할 수 있는 화학도구 설계 기술을 개발해 치매치료의 저변이 확대될 전망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유니스트 정무영총장이 과학기술원 출범 1주년을 맞아 “수출형 연구를 통한 과학한류(K-Science) 붐을 일으켜 대학발전기금 11조원을 확보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맞물린 실제 사례로, 향후 큰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UNIST(총장 정무영)는 자연과학부 임미희 교수팀과 김광수 교수가 서울아산병원의 이주영 교수팀과 공동으로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원인을 골라서 제거할 수 있는 저분자 화합물을 설계하는 ‘화학도구 설계 기술’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으로 알려진 각 요소에 대응하기 알맞은 ‘분자 구조’와 ‘반응 메커니즘’까지 고려해 저분자 화합물을 만드는 전략이다.

최근 10년 사이 알츠하이머 환자는 1,000만명 이상 늘었지만 이렇다 할 치료법이 없고, 발병 원인도 명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가설로 제시된 원인은 ‘금속 이온’,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금속과 결합된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활성산소종’ 등으로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킨다고 정리된 정도다.

임 교수는 “지금까지 알려진 원인들이 알츠하이머병 유발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파악해야 치료제 개발도 효과적일 것”이라며 “이번 기술은 분자 구조와 작용 메커니즘까지 함께 고려해 치료제 개발과 원인 파악에 유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팀은 환자마다 알츠하이머병 유발 요소의 분포가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환자들의 혈액이나 뇌 조직에서 각 요소가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각 요소를 억제하는 최적의 분자를 설계하면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또 이 분자들이 각 원인을 억제하는 과정을 관찰하면 알츠하이머병이 발생하는 구체적인 메커니즘도 명확하게 밝힐 수 있다.

연구진은 알츠하이머병의 각 요소를 억제하는 최적의 분자를 찾았다. 금속 이온과 잘 결합하는지,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과 어떤 작용을 하는지, 저분자 화합물의 이온화 에너지는 어느 정도인지 등이 고려됐다. 그 결과 총 4개의 분자가 설계됐고, 각 분자가 어떤 메커니즘으로 알츠하이머병 발병 요소의 독성을 억제하는지 규명됐다. 어떤 분자는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을 산화하거나 분해하는 방식으로 독성을 억제했다. 다른 분자는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과 금속 이온, 분자로 이뤄진 복합체를 이뤄 독성을 누그러트렸다.

이 분자들은 동물 실험에서도 효과를 보였다. 사람의 치매 유전자를 가진 ‘알츠하이머 마우스 모델(5XFAD)’에 분자들을 주사하자, 뇌 안에 축적된 아밀로이드-베타 종들이 확연히 줄었다. 실험쥐들의 인지능력과 기억력이 개선되는 효과도 확인됐다.

임 교수는 “이번 연구로 단순한 화학구조를 변화시켜 알츠하이머병 유발 인자를 골라서 잡을 수 있다는 걸 밝혔다”며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요소 간의 연관성은 물론 각각의 역할을 규명하는 후속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어 “기존 화학도구 설계에서는 화합물 구조만 이용했지만, 이번에는 메커니즘까지 고려해 정확도를 높였다”며 “저분자 화합물을 이용해 합리적인 화학도구를 만드는 새로운 원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문은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 에 지난 13일자(현지시각)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UNIST 미래전략과제와 한국연구재단 등에서 지원받아 진행됐다. 김창배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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