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성들이 최소 8명으로 늘어나면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는 이 같은 주장이 나올 때마다 오히려 자신이 기성언론이 만든 음모의 피해자라고 항변하지만 반박 과정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이 이어져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미 정치전문언론 폴리티코는 14일 “트럼프의 성추행 파문이 대선 레이스 막바지를 휩쓸며 이번 대선이 유권자들에게 트럼프가 성범죄자인지를 묻는 국민투표 성격으로 흐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의 음담패설 녹취 공개 후 뉴욕타임스가 12일 트럼프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성 2명에 대해 보도하면서 성추행 논란에 불이 붙었다. 이에 따르면 제시카 리즈(74)는 36년 전 뉴욕행 비행기에서 만난 트럼프가 자신의 몸을 더듬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맥 길리브레이(36)는 미 지역매체 팜비치포스트에 역시 트럼프에 의한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미 대중매체 피플의 기자 너태샤 스토이노프는 2005년 트럼프 부부를 인터뷰하러 방문했을 때 트럼프에 의해 강제 키스를 당했다고 밝혔다. 이날 TV 리얼리티 프로그램 '어프렌티스'에 출연한 서머 저보스(41)도 2007년 베벌리 힐스의 한 호텔에서 트럼프에게서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가 2004년 DJ 하워드 스턴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18세 여배우인 린제이 로한을 상대로 저급한 성적 농담을 한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CNN은 14일 트럼프가 스턴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린제이 로한을 “매우 섹시하다고 생각한다”고 한 후 “곤경에 빠져 있는 이러한 여성이 침대에서 최선을 다한다”고 말한 미방송 음원을 공개했다.
잇따르는 성관련 추문에 트럼프는 오히려 자신을 끝까지 옹호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는 14일 노스캐롤라이나 주 그린즈버러 유세 현장에서 비행기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리즈에 대해 “끔찍한 여자”라며 “그녀는 나의 선택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샬럿 유세에선 “나는 미국 역사에서 가장 추악한 중상모략의 희생자이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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