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나다
스페인 그라나다에는 이슬람 건축 최대 걸작으로 꼽히는 알람브라 궁전이 있다. 이슬람 양식의 알람브라 궁전은 스페인에 남아있던 마지막 이슬람 왕국의 궁전으로 왕궁과 성채, 정원으로 나뉘어 건축되었다.
정원에 들어서자 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와 함께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사람들의 얼굴에 저절로 미소를 머금게 한다. 카를로스 1세 궁전은 1층은 도리아 양식, 2층은 이오니아 양식으로 된 독특한 양식의 건물이라고 하는데 외부는 사각형으로 되어 있고 내부는 원형으로 되어 있는 게 특이하다.
알람브라 궁전 아라야네스 안뜰을 보면 아치, 기둥, 벽면 장식 등 하나하나가 정교하고 아름답다.
세비야
세비야 한가운데에는 스페인 최대의 성당이자 유럽의 3대 성당 중 하나인 세비야 대성당이 있다. 처음 보면 그 크기에 압도 당하는데 15세기에 이슬람을 정복한 기독교도들이 8세기에 건설된 모스크 위에 지은 성당이라고 한다.
스페인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 할 수 있는 스페인광장은 1929년 세비야에서 열린 에스파냐-아메리카 박람회를 위해 건축가 아니발 곤살레스의 설계로 지었다고 한다.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 2의 배경이 된 곳으로 광장 어느 곳에서 찍어도 그림이 된다.
알카사르는 이슬람과 스페인 양식이 결합된 전형적인 무데하르 양식 건축물로 이슬람 교도에게서 세비야를 탈환한 1248년에 개축되었다고 한다. 물론 방어를 목적으로 건설했겠지만 내부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장식 무늬들이 매우 섬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비야는 무엇보다 플라멩코의 본고장이다. 사랑에 버림받은 아픔을 처절하게 토해내는 노래의 가사처럼 이제는 오래되어 쓰러질듯한 무대에서 남루해져 버린 옷을 입고 온몸을 불살라 춤을 추고 있었다. 그들의 공연을 보니 열정적이게 무언가에 몰입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
스페인에서 인상 깊은 건 새벽이면 시작되는 물청소, 도시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직사각형 모양의 광장과 분수 그리고 무엇보다 친절한 사람들이다.
스페인에서는 길을 잃어버리기가 쉽지 않은데 이는 언제 어디서든 적극적으로 다가와 도와주는 스페인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말이 통하지 않으면 손을 붙잡고라도 목적지에 데려다 준다.
밤문화
스페인 사람들을 만나면 특유의 인간미와 삶에 대한 긍정적인 기운을 느끼게 되는데 이들의 밤문화 때문이 아닐까 싶다.
주말도 아닌 평일에도 밤만 되면 스페인 어디서나 광장주변은 인산인해다. 가족, 연인, 친구들이 나와 왁자지껄 서로 대화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다. 매일 저녁 광장에서 와인 한잔에 올리브 몇 개로 웃고 떠들면서 시간을 보낸다는 게 나로서는 신기하고 생경한 풍경이었다.
축제
마을축제도 마찬가지다. 벨로라도에서 농산물 경연대회를 하는 마을축제를 보게 되었는데 모두가 마냥 즐거운 표정이다. 축제라는 게 즐기기 위한 것이지만 무언가 목적이 있기 마련인데 그들의 축제에서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즉 무언가 팔거나 사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팜플로냐에서 만난 미카엘에게 물었다.
김뻡 : 마을축제 온 사람들이 마냥 즐거운 것 같다.
미카엘 : 도시축제와는 조금 다른데 우리의 마을축제는 목적이 있거나 무엇을 설득시키려고 하는 축제가 아니야. 그래서 즐거울 수 있는 거지. 그냥 우리들이 즐기기 위한 축제인거야.
스페인의 소도시에서의 축제는 가족, 이웃과 교류하기 위한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즉 그들의 마을축제는 서로가 음식을 만들어 나누어 먹거나 남녀노소 카드게임을 하는 등 가족들과 이웃들이 함께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며 소통하는 시간이었다.
패션
스페인 사람들의 옷차림은 나이 성별 구분 없이 화려하고 색상이 화려하다. 미카엘에게 스페인 사람들의 패션에 관하여 물었다.
김뻡 : 스페인 사람들은 화려한 색상을 좋아하던데 패션에 신경 쓰는 거야? 북유럽 사람들은 인테리어에 신경 쓰던데 여기는 좀 다르네.
미카엘 : 우리들은 집에 있는 시간보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패션에 민감한지. 그리고 인테리어보다는 건물 밖에 더 신경을 써. 외관에 꽃도 주렁주렁 달고 예쁘게 꾸미려고 하지. 아마 추운 유럽지역 사람들은 집에만 있으니까 내부 인테리어나 취미활동에 돈을 많이 투자하는 걸 거야.
스페인 가족문화와 노인
스페인 곳곳에서 마주하는 특이한 모습은 노인들의 평화로운 표정인데 주름진 얼굴 속 그들의 환한 미소를 볼 수 있다. 유럽 국가 중에서도 스페인 노인들은 오래 살기로 유명한데 스페인 인구중 17%가 65세 이상이고 그 중 대부분이 자택에서 노년을 보낸다고 한다.
60대 자녀가 80대 부모를 보살피고 같이 산책을 하거나 간병하는 이른바 ‘노노(老老)간병'의 모습 등도 쉽게 볼 수 있다.
돈 많고 제도가 잘되어있는 사회복지국가들보다 이들이 오래 사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팜플로냐에서 만난 조세프(51)에게 물었다.
김뻡 : 스페인 사람들은 오래 살기로 유명하잖아요. 왜 그런걸까요?
조세프 : 내가 보기에 스페인 노인들은 당당하게 문화와 오락을 즐길 줄 안다는 거야. 자신만의 문화를 누릴 줄 아는 사람은 늙지 않잖아? 우리들은 노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줄 알고 좀 낙천적인 편이야.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가족, 이웃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이야.
아프리카에서 만났던 알무는 행복에 관하여 물었을 때 가족을 유난히 강조하며 행복하다고 했다.
알무 : 나는 행복에 있어 가족이 제일 중요하다 생각해. 함께 모여 살며 서로가 함께하는걸 고맙고 감사하다 느끼며 살아가지.
김뻡 : 우리나라는 세대간에 좀 소통의 문제가 있어. 너희들은 세대간의 갈등은 없어?
알무 : 글쎄. 우리들도 가족제도에 조금씩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무엇보다 끊임없이 대화하는걸 중요하게 생각해. 가족들과 소통하는걸 두려워하면 안돼. 가족이 중요하니 그 가치를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소통해야지.
오늘날, 전세계에는 6억명의 60세 이상 노인이 살고 있으며, 2025년까지 3배, 2050년까지 20억명으로 증가할 것이라 한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가장 높은 국가, 더불어 사회적 관계가 낮아 세대갈등이 일어나면서 사회통합이 저해되고 있다.
스페인 사람들을 보며 추억 앓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방영 내내 신드롬을 일으켰던 응답하라 시리즈가 생각났다. 우리에게 때로는 힘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짐이 되기도 하는 존재인 가족.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혹시 우리는 행복이라 여겼던 중요한 가치들을 무심코 떠나 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
사람들과 부대껴 자연스럽게 가족과 이웃과의 관계를 만들어가며 그 안에서 함께 서로의 삶을 만들어가는 스페인 사람들의 표정은 무언가 특별해 보였다.
배움 26 : 행복은 가족과의 따뜻한 저녁식사에 있다.
행복여행가 김뻡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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