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지시에 부랴부랴
합동 TF 통해 유권해석 재검토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금지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2015년 3월3일 국회를 통과했다. 법은 무려 18개월 이후인 지난달 28일 시행에 들어갔다. 정부로선 400만명에 적용되는 김영란법 시행을 준비할 시간이 충분했던 셈이다. 하지만 14일 정부는 김영란법 해석과 관련해 법무부, 법제처 등과 긴밀한 협력 체계를 갖춰 보다 체계적으로 검토,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법 시행 17일 만에 국민 혼란이 커지자 관련 법 조항들의 해석을 재검토키로 한 것이다.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김영란법 관련 관계장관 회의를 열었다. 국무회의에 버금가는 규모로 열린 회의에는 기획재정부ㆍ법무부ㆍ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국무조정실장, 방송통신위원장, 국민권익위원장, 법제처장, 교육부ㆍ미래창조과학부ㆍ외교부ㆍ행정자치부 차관, 인사혁신처 차장 등이 참석했다. 그러나 김영란법의 조속한 안착을 위한 관계부처 회의는 당초 일정에 없던 것이다.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법 취지에 맞게 부작용을 최소화하라”는 지시가 나온 뒤 부랴부랴 잡힌 회의였다.
회의에선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와 법무부, 법제처 등이 참여하는 법령해석지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키로 했다. TF에는 법무부 법무실장과 법제처 차장 등 법률 전문가들이 참여해, 혼란이 큰 법률 해석을 체계적으로 내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김영란법에 대한 유권해석과 관련한 ‘컨트롤타워’는 권익위에서 관계부처 합동TF로 옮겨가게 됐다. 또 문의가 집중되는 주요 질문에 대해선 주 1회 문답풀이를 작성해 배포하기로 했다.
황 총리는 “적용 대상자가 400만명에 이르다 보니 일부 혼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시행과정에서 면밀하게 모니터링 해서 신속하게 보완,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행 보름이 지나도록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 황 총리는 “법의 명칭조차 정착되지 않고 있다”고 질타한 뒤 “‘김영란법’보다는 법의 취지를 반영한 ‘부정청탁금지법’으로 사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또 황 총리는 법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은 점을 들어 “이로 인해 공직자들이 필요한 대민소통을 기피하고 소극적인 민원처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뒤늦게 수습에 나서기는 했지만 비판 여론은 정부 내부에서도 가라 앉지 않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 인사는 “애초부터 권익위 혼자 감당하기에는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더구나 전국에서 쇄도하는 문의와 강의 요청에 일개 부서(청탁금지제도과)가 응해왔다는 것은 코미디”라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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