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희생된 울산 관광버스 참변
운전자 음주 등 12차례 위반 전력
무리한 추월ㆍ과속이 원인으로
업계 인력난 핑계 마구잡이 채용
7월 운전자의 졸음운전으로 40여명의 사상자를 낸 강원 봉평터널 관광버스 사고에 이어 13일 10명의 사망자를 낸 울산 울주군 경부고속도로 언양분기점 사고 역시 운전자의 무리한 추월과 과속이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운전자 관리와 사고예방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고를 수사 중인 울산 울주경찰서는 14일 1차 수사 결과 발표에서 “사고 관광버스가 1차선으로 운행하다가 2차선에서 달리던 버스 2대 사이로 급하게 끼어든 것으로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확인됐다”며 “버스 운전자 이모(48)씨가 무리하게 차선 변경을 하다가 사고가 났는지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사고 지점은 공사구간으로 최고제한속도가 시속 80㎞였지만, 이씨는 시속 106~107km로 운전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가 “오른쪽 타이어가 터졌다”고 진술함에 따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차량 정밀감식을 요청했다. 그러나 사고 버스가 올해 2월 도입된 신차라 차량결함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졸음운전 여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를 진행 중이며 이날 이씨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특히 이씨는 음주와 무면허 운전 등 9건의 도로교통법 위반과 3건의 교통사고특례법 위반 전력이 있었지만 채용시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아 버스 운전자에 대한 관리ㆍ감독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2011년 처음 이씨를 채용했다가 지난해 8월 재취업시킨 태화관광측은 당시 음주운전 경력을 알았지만 문제삼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관광버스 업계에서는 운전자의 자가용 음주사고는 문제삼지 않는 게 관행”이라고 말했다. 부실한 운전자 관리 시스템을 그대로 노출한 셈이다.
정부는 7월 봉평터널 사고 이후 운전자와 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운전자의 경우 중대 교통사고 유발 시 40~ 60일까지 자격을 정지하도록 했고, 음주운전이 3회 적발되면 5년 동안 운수종사자 자격 취득을 제한하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중대 교통사고를 낸 업체는 특별교통안전점검을 받도록 하고, 부적격 운전자를 고용했을 경우 과징금을 물게 했다.
하지만 만성적인 운전자 부족에 시달리는 업계의 현실에서 이 같은 대책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환경이 열악해 관광버스를 몰려고 하는 운전자들이 많지 않다”며 “업체 입장에서는 자격을 검증할 방법이 있다고 해도 운전자들을 가려 채용할 형편이 못 된다”고 말했다. “오전에 면허를 따면 오후에 현장에 투입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모창환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도 60일 운전정지에 그치는 등 자격 기준이 너무 느슨하다”며 “채용 시 범죄경력조회서 첨부를 의무화하는 등 자격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버스에서 화재가 발생한 후 소화기가 작동되지 않고, 불이 꺼져 비상망치를 찾지 못하는 등 차량 내 안전장비도 제 역할을 못했다. 국토교통부는 소화기 설치만 관리할 뿐 소화기 작동 점검은 소방방재청 업무라고 떠넘기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뒤늦게 “국민안전처와 서둘러 이 부분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번처럼 출입구가 막히고 어두운 밤에 비상망치로 유리창을 깨기 어려운 경우를 대비해 16인승 이상의 버스 뒤쪽에 비상구를 의무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다시 힘을 얻고 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울산=김창배기자 kimcb@hankookilbo.com
박준석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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