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퇴근이요? 진짜로 손에 꼽아요.”
제조업체 사무직 인사팀 직원 A(28ㆍ여)씨의 진짜 하루는 오후 6시가 넘어서야 시작된다. 다른 팀 일을 지원하는 업무다 보니 근무시간엔 타부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고, 진짜 자기 일을 하려면 야근을 피할 수 없다. 채용이나 평가 기간엔 주말 근무를 해야 한다. 상사가 주말에 전화해 자료를 만들라고 지시하는 일도 잦다.
나라 밖에선 주4일제ㆍ하루 6시간 근무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국내에서 몇몇 기업들이 그 시도에 합류를 하고 있다지만, 대부분 한국 근로자들의 현실은 주5일만 돼도 감지덕지한 수준이다. 2003년 주40시간 근무(주5일제) 법제화 후 13년이 흘렀지만, 주4일은커녕 주말도 쉴 수 없다는 한숨이 하늘을 찌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한국의 노동시간은 2008년 이후 멕시코에 이어 부동의 2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한국인은 평균 2,113시간을 일했는데, OECD 평균(1,766시간)보다 347시간 더 많다. 독일(1,371시간)과 비교하면 742시간 많은데, 하루 8시간 기준으로 독일인보다 1년에 92일을 더 일하는 셈이다.
국가통계를 봐도 주40시간 준수 비율은 저조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근로자 중 주40시간을 일하는 비율은 65.7%인데, 2014년(66.4%)에 비해 하락했다. 정규직(72.3%)은 주5일제 수혜를 상대적으로 누리는 편이지만, 비정규직 실시 비율(51.8%)은 절반에 그쳤다.
정시 퇴근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남의 휴식을 쉽게 여기는 직장문화는 노동시간 단축의 주적이다. 지난해 한 취업포털이 직장인 1,900여명을 조사한 결과, 오후 7시가 넘어서 퇴근한다는 응답은 48.8%, 특히 오후 9시를 넘긴다는 답도 29.2%에 달했다. 최근 전국 직장인 2,400여명을 설문한 조사에 따르면 퇴근 후까지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업무를 본다는 직장인은 86.1%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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