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밥 딜런이어야 했나.”
노벨문학상 역사상 첫 대중가수 수상자를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논란은 13일 스웨덴 한림원의 종신서기 사라 다니우스가 “밥 딜런”을 호명했을 때부터 예상된 것이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3일자 칼럼에서 ‘밥 딜런이 노벨상을 받지 말았어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그의 수상을 정색하고 비판했다. “노벨상을 문학인에게 준다는 것은 인류에게 시와 소설이 여전히 중요한 문제라는 의미”여서 “딜런에게는 노벨상이 필요하지 않지만 문학인에겐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림원은 지난 해에도 시인이나 소설가 대신 벨라루스의 르포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를 수상자로 선정함으로써 전통적인 형식의 문학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르포가 문학의 일부라는 데는 이미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국내에서도 딜런 같은 세계적인 스타에게 노벨상을 안긴 것에 대해 “한림원이 주목 받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는 비난과 “꼭 종이 위에 써야 문학이냐”는 환영이 엇갈리고 있다.
조재룡 문학평론가는 딜런 수상이 “문학에 대한 몰이해이자 테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시와 가사는 엄연히 다르다”며 “문학과 노래가 같다면 문학인들은 왜 백지 위에 미친 듯이 글을 쓰고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과거 한국작가회의가 만화가 고우영, 가수 김민기씨에게 ‘우정상’이란 이름으로 특별상을 준 적은 있다”며 “그러나 그건 문학인들에게 큰 영감을 준 타 장르 예술인들에게 부여한 ‘특별상’이며, 노벨문학상은 어디까지나 본 게임이다”라고 말했다.
올해 노벨문학상 발표일이 일주일 연기된 것에 대해서도 조씨는 “그만큼 한림원에서도 반대가 많았다는 뜻”이라며 유력 후보로 점쳐졌던 미국의 필립 로스,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 케냐의 응구기 와 시옹오, 시리아 시인 아도니스에 대해 “로스는 너무 좌파적이고 하루키는 대중적이고 아프리카는 식상하고 시리아는 정치적으로 예민하니 한림원이 이런 식의 깜짝 선정을 한 것이란 의심을 떨칠 수 없다”고 추측했다.
하지만 문학을 꼭 시와 소설에 한정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문단 원로인 김정환 시인은 “딜런 수상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라며 “언어 영역에서는 새로운 아름다움을 열면 (상을)받을 자격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벨상엔 대중문화나 연극상 같은 분야도 따로 없지 않나”며 “노벨문학상이 타 장르로 외연을 넓혀 성격을 다양화하는 것도 살아남는 전략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광 시인도 “노랫말도 시가 될 수 있다”며 “어떤 노랫말을 음에서 떼어내 다른 시와 비교해 놓고 볼 때 그 시적 역량이 충분하다고 판단된다면 어떤 문학상이든 줄 수 있다”고 싱어송라이터도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 있다는 데 한 표를 던졌다.
“예술 전반에 대한 인식틀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라며 딜런의 수상을 환영한 정은귀 한국외대 교수는 페이스북 글에서 “엘리엇으로 대변되는 난해한 ‘하이(high) 모더니즘’이 문학으로 인정 받아온 것과 달리 쉽고 대중적이고 소박한 ‘로우(low) 모더니즘’은 제대로 평가 받지 못했다”며 “딜런의 노벨상 수상은 그 동안 하이 아트에 가려 괄시 받았던 로우 아트에게 주는 스웨덴 한림원의 큰 선물”이라고 평가했다.
문학과 비문학을 가르는 전통적 잣대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일본 비평가 가라타니 고진이 대표적이다. 그는 저서 ‘근대문학의 종언’에서 “근대문학은 1980년대에 끝났다”고 선언한다. 고진은 문학이 철학, 정치, 대중문화에 밀려 첨단의 위치를 잃었고, 문학이 계속된다면 정치로서의 문학, 철학으로서의 문학으로 명맥을 유지할 것이라고 보았다. 한림원의 선택이 고진의 선언과 같은 흐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 결정이 ‘문학이 무엇인가’란 질문을 다시 환기시킬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오혜진 문화평론가는 한림원의 파격에 대해 “어떤 문제를 일으키기보다 문학성에 대한 활달한 사유, 장르 미학에 대한 더 정치한 논의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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