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당찬 각오로 뭉친 여고생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잊지 않기 위한 작은 배지를 만들어 큰 울림을 만들어 내고 있다. 주인공은 경남 창원시 마산무학여고 자율동아리 ‘리멤버’.
지난 3월 이 학교 2학년 조윤수(18)ㆍ김조은(18)양 등 또래 4명의 학생은 역사를 잘 모르는 청소년들에게 의미 있는 일을 해 보자는 취지로 뭉쳐 첫 사업으로 우리 역사에서 가장 아픈 위안부 문제를 다루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또래 친구들과 어른들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배지를 만들어 판매키로 했다. 배지를 구입한 학생들이 배지를 볼 때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떠올렸으면 한다는 생각에서 동아리 대표 조고은양이 아이디어를 내고 도안은 그림을 잘 그리는 김조은양이 맡았다.
가로 20㎜, 세로 6.5㎜ 크기의 이 배지는 ‘나를 잊지 말아요’라는 물망초 꽃말에서 착안해 눈을 감은 채 웃고 있는 소녀의 머리 위에 파란 물망초 한 송이가 피어 있는 모양을 형상화했다.
동아리 대표 조양은 “작고 귀여운 ‘소녀 배지’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 한 개당 2,000원에 판매해 수익금을 피해 할머니들에게 기부하기 위해 착안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좋은 메시지가 담긴 이 배지가 세상에 나오자 또래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 학교 학생들이 450개를 구입하고 다른 학교에서도 판매 요구가 빗발치면서 지금까지 8개 학교에 1,700여개의 배지가 판매됐다.
또 세계 위안부의 날이자 광복절 전날인 지난 8월 14일에는 창원을 연고로 한 프로야구 NC다이노스 구단에서 소녀 배지 판매 소식을 접하고 배지 1,800개를 한꺼번에 사들여 리맴버 캠페인에 동참했다.
이들은 지난 7월 당뇨 말기에 고혈압까지 겹쳐 창원의 모 병원에 입원 중인 생존 위안부 피해자 40명 중 한 명인 김양주(92) 할머니를 찾아 할머니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며 20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넸다.‘당신의 아픔을 잊지 않겠습니다.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이들은 지난 12일에도 방과 후 김 할머니의 병실을 다시 찾아 할머니를 위로했다.
최근 1학년이 가입하며 회원이 총 9명으로 늘어난 '리멤버' 소속 학생들은 주변 학교를 찾아 위안부 관련 역사를 알릴 계획도 세우고 있다.
창원=이동렬기자 d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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