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조업 중국 어선에 공용화기 사용을 불사하기로 하는 등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을 중국이 정면 반박했다. 중국 정부의 거친 언사는 불법조업 단속 문제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문제로 냉각된 한중 관계에 또 다른 대형 악재로 비화할 가능성을 일깨운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그제 브리핑에서 편 주장은 두 가지다. 해경의 단속 경비정 침몰지역이 한중 어업협정에 따른 합법적 어로활동 지역이라는 것, 또 한국의 강경 대응 방침은 중국인의 안전을 해칠 수 있는 과격행위로서 집행권 남용이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사실을 호도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불법조업으로 빚어진 사태의 책임을 우리 정부에 떠넘기는 적반하장이다. 중국 어선이 해경 경비정을 침몰시킨 곳은 우리 수역 밖이지만 엄연히 우리 수역 내에서 불법어로를 한 중국 어선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사건이 일어났다. 원인행위인 자국 어선의 불법행위는 외면하고 최종 침몰 지점만 따지는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 유엔해양법협약은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공해로 도주하는 타국 선박을 추적해 행정력을 집행할 권리를 인정하며, 한중 양국이 모두 이에 가입해 있다.
다만 공용화기 사용이 집행권 남용이라는 주장은 국제법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있어 정부와 해경의 보다 치밀한 대응이 요구된다. 총기로 무장하지 않은 타국 민간선박의 불법행위에 중화기를 쓰는 것은 극히 예외적 상황에서나 정당한 공권력 행사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해경 내에서도 비무장 민간인에게 중화기를 사용하는 게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실제로 좀처럼 행사하기 어려운 대책을 놓고 외교 분쟁에 휘말릴 까닭이 없다. 정부가 해군의 교전수칙처럼 무력행사의 요건과 절차를 규정한 매뉴얼을 다듬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맞는 방향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한중 관계를 시험하는 듯한 중국의 파상적 외교공세다. 서해를 분쟁지역화해 아직 매듭되지 못한 한중 배타적경제수역(EEZ) 획정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려는 의도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물론 그보다는 사드 문제를 비롯한 한미일의 삼각안보체제 공고화에 대한 조직적 반발의 하나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이 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등 한반도 안보에서 차지하는 자신의 커다란 영향력을 지렛대로 한 일종의 무력시위라는 진단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우리는 확립된 국제규범과 관행에 따라 투명하고 엄정한 원칙을 견지해 의연히 대응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그것만이 대중 협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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