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 받은 드론에 불량품 섞어
5만8,000여대 국내서 유통 판매
밀수업자 8명ㆍ유통업자 11명 입건
지난 5월 경기 안산시 상록구의 한 놀이터. 초등학생 A군이 드론(무인항공기)을 띄웠다. 하지만 드론은 A군이 의도하는대로 날지 않았다. 착륙을 시도하려 해도 방향키는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A군의 손을 떠난 드론은 결국 놀이터에서 놀던 유치원생 B군 얼굴에 추락해 상처를 입혔다.
무선전파에 의해 비행하는 드론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불량 제품이 시중에 대량 유통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제품 안전성 평가를 거치지 않은 중국산 드론 5만8,000여대를 불법으로 국내에 들여와 판매한 혐의(전파법 위반)로 조모(31)씨 등 밀수업자 8명과 유통업자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조씨 등은 2014년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허가 받은 드론에 불량 제품을 섞는 수법으로 207차례에 걸쳐 19억원어치를 인천항을 통해 밀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은 밀수한 불법 드론을 합격 평가를 받은 제품과 회로와 구조, 기능이 같은 파생모델로 신고해 적합등록필증을 획득하는 수법을 썼다. 불법 반입된 드론의 98% 이상인 5만7,000여대가 시중에 판매됐다. 서울청 관계자는 “드론 모델 하나를 수입할 때 전파 인증에 드는 비용만 최고 1,300만원에 달하고 인증기간도 2,3개월이 소요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워 밀수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불량 드론이 대량 유통되면서 피해 사례도 적지 않게 보고되고 있다. 2015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드론 피해는 132건이다. 이 중 제품 및 배터리 불량, 추락 사고, 화재 등 제품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절반에 가까운 55건이었다. 이와 별도로 2013년 이후 경찰에는 피해사례 22건이 접수됐다. 경찰 관계자는 “무선 조종에 의지해 비행체를 움직이는 드론의 특성상 불량 제품은 전파 장애를 일으켜 추락하거나 충돌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며 “구입 전 국립전파연구원 홈페이지 등에서 인증 여부를 꼼꼼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