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 생보사, 가입제한 고객 분류
박선숙 의원 “명백한 인권침해”
그림 1게티이미지뱅크
‘환경미화원은 상해보험 가입 안 됩니다’ ‘군인ㆍ경찰은 실손의료보험 안 받습니다’….
업무 중 거리를 청소할 일이 많은 환경미화원은 다른 사람보다 사고 위험이 더 높지만 정작 국내 보험사에서 상해보험은 가입하기 어렵다. 임무 중 부상 당할 확률이 높은 경찰, 군인은 누구보다 실손의료보험이 필요해 보이지만 역시 보험사에선 손사래를 치기 일쑤다.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정한 가입 기준에 툭하면 미달하기 때문이다.
13일 박선숙 국민의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19개 생명보험사들은 각자 내부기준에 따라 보험가입 제한고객을 분류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대다수 생보사에서 16~60세 남성 무직자는 실손의료보험과 일부 재해보험 가입이 거절된다. 무직자에는 재수생, 고시준비생, 취업준비생 등도 포함된다.
회사별로 거절 이유와 직종도 다양하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은 환경미화원 등의 상해보험 가입을 막고 있고, 삼성생명 등은 부상빈도가 높다고 판단되는 일용직 근로자와 음식배달원, 어업종사자 등의 실손의료보험 가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구급요원, 경찰특공대원, 교통경찰관, 마약단속반원, 소방관도 실손의료보험 등에 가입할 수 없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통계적으로 사고 확률이 높은 특정직종을 그냥 가입시키면 결국 다른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커지게 된다”고 이 같은 제한의 배경을 설명했다.
군인은 계급에 따라서도 보험가입이 제한된다. 특수병과 군인은 대부분의 생보사에서 실손의료보험 가입이 안 됐고, 교보생명 등 7개사는 영관급 장교 이상에 한해 보험가입을 허용했다. 이밖에 생보사 별로 자동차 경주선수, 무속인이나 역술인, 대중업소 악사와 무용수, 가수, 안경사, 체육학교 학생, 방사선사 등도 일부 보험가입에 차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선숙 의원은 “직업에 따라 무조건 보험가입을 거절하는 건 명백한 차별이자 인권침해”라며 “보험이 정작 필요한 사람들이 민간 보험상품을 가입할 수 없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지원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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