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 사는 A(72)씨는 병든 아내와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아내는 신장장애 2급으로 매주 3차례씩 혈액 투석을 받고 있는 데다 당뇨와 혈압, 시력 저하까지 겹쳐 자신의 도움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가 없다. 아내가 치매 증세까지 보이고 있지만 먹고 살기도 버거운 자녀들의 도움은 언감생심이다. 그나마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지정돼 정부 도움을 받고 있지만 반찬 살 돈도 부족해 쉰 김치 쪼가리를 반찬으로 밥을 물에 말아먹기 일쑤다. 쇠약한 아내를 돌보느라 청소하는 것도 버거워 집 안에는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지난 6월 기초생활수급자 전수 조사과정에서 A씨 부부의 사정을 알게 된 세종시는 노인성질환통합관리센터와 연계해 A씨의 아내가 치매 조기검진을 받도록 지원했다. 관련기관과 연계해 가스안전차단기를 설치하고, 장기요양보호사를 보내 돌봄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읍ㆍ면ㆍ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청소와 밑반찬을 지원하는 등 꾸준히 A씨 부부를 돕고 있다.
세종시가 복지 수요자의 여건에 따라 맞춤형 통합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읍ㆍ면ㆍ동 복지허브화 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
13일 시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민간부문의 자원과 인프라를 연계해 조치원읍과 아름동을 중심으로 8개 읍ㆍ면ㆍ동에 현장 밀착형 종합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상 지역은 조치원읍과 연서ㆍ전의ㆍ연동ㆍ소정면, 아름동과 도담ㆍ종촌동 등이다. 시는 이 가운데 조치원읍과 아름동을 복지허브화 중심 읍ㆍ면ㆍ동으로 지정해 맞춤형 복지팀을 두고 각 권역별 복지서비스를 총괄토록 했다. 더불어 사회복지직 공무원과 사례관리사, 방문용 전용차량을 지원해 찾아가는 복지상담을 진행하고, 사회복지 사무관을 임용해 현장의 전문성도 강화했다. 아울러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등과 민ㆍ관 협력을 통해 취약 가정에 대한 밑반찬 전달 및 청소 서비스, 행복기금 조성 등 지원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 달 기준 복지 상담은 전년보다 55% 증가한 1,365건을 진행했고, 825건의 복지 사각지대도 발굴했다. 각 취약 가정에 대한 맞춤형 연계 서비스는 3,994건으로 집계됐다. 시는 지난해와 비교할 때 연말까지 복지사각지대 발굴은 20%, 서비스 연계는 28% 가량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찾아가는 복지서비스 시행 첫 해 시민 만족도가 83%로 높게 나타나는 등 읍ㆍ면ㆍ동 복지허브화 사업이 순조롭게 정착되고 있다는 평가다.
시는 앞으로 현장 모니터링을 통해 미비점을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민간의 안전망을 보다 촘촘히 만들 계획이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여러 분야의 전문의가 모여 복합질병을 협진하고 치료하듯 이젠 복지도 공무원과 방문간호사, 통합사례관리사, 민간전문가 등이 협업하는 ‘전문 복지 통합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다”며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도록 행ㆍ재정적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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