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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는 끝까지 박세리 다웠다

입력
2016.10.1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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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리/사진=연합뉴스

[영종도=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은퇴 포기하세요!"

박세리(39ㆍ하나금융그룹)가 프로 골퍼 인생의 마지막 홀을 돌 때 한 갤러리가 외친 말이다. 박세리를 지켜보던 모든 갤러리들의 마음은 같았다. 박세리는 활짝 웃으며 갤러리들에게 손 인사를 건넸다.

박세리는 13일 인천 스카이72 골프클럽 오션코스(파72ㆍ6364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샷 하나하나에 혼신을 담았다. 특히 18번홀(파5)에선 다른 홀에서보다 신중하게 공을 쳤다.

박세리는 이날 8오버파 80타를 쳤다. 그가 공식 대회에서 받아 든 마지막 성적표였다. 주말 골퍼 스코어였지만, 성적을 탓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LPGA 통산 25승(메이저 5승)을 수확한 '전설'의 퇴장에 갤러리들은 박수만 보냈다.

박세리의 은퇴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 갤러리들은 18번홀 반경 200~300m를 에워쌌다. 약 1,000~2,000명의 인파가 몰렸다. 박성현과 전인지, 김효주, 이미향 등은 은퇴식 현장 한 곳에 나란히 늘어 섰다. 대회에 출전하지 않은 박인비도 자리를 함께 했다. 에리야 쭈타누깐 등 일부 외국인 선수들도 참석했다.

단상에 오른 박세리는 자신의 선수 생활이 담긴 하이라이트를 보고 펑펑 울었다. 그는 휴지로 눈물을 닦기 바빴다. 갤러리들은 사전에 주최 측이 나눠준 '박세리 모자'를 들어 올리며 떠나는 전설을 예우했다. 박세리는 박성현 등 후배들과 일일이 포옹을 나누면서 한 번 더 울컥했다. 자신을 보고 자라고, 자신을 존경해 온 후배들과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갔기 때문이다.

이미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2007년 중학교 2학년 때다. 박세리 선배님이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셨을 때쯤 함께 라운드를 한 적이 있다. 당시 연습을 하다가 명예의 전당을 축하하는 라운드를 선배님과 함께 했는데 정확히 이곳에서 선배님을 떠나 보내게 돼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은퇴식에는 각계각층 인사들도 자리했다. 개그맨 남희석과 김세진 OK저축은행 배구단 감독도 보였다. 옆에 다가가 '이 자리에 어떻게 왔느냐'고 묻자 남희석과 김세진은 "이거 얘기하면 파문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특유의 입담을 보였다. 이들은 "박세리 프로님과는 사석에서 따로 자주 만나는 일종의 '술친구'다"며 "초대받아서 왔다"고 까르르 웃었다.

박세리는 은퇴식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지난날을 떠올리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마음을 가라앉힌 그는 "오늘 티박스로 가기 전까지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팬들의 응원도 오늘은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며 "어느 누가 이처럼 많은 응원 속에 은퇴식을 치렀을까 싶다. 전세계를 따져봐도 없을 것 같다. 정말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박세리에게 '혹시 2라운드를 치를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박세리는 "1라운드를 마치고 은퇴하겠다는 결정에는 후회는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카리스마' 박세리 다운 화끈한 대답이었다.

영종도=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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