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양은 고향이나 자란 곳의 음성 패턴이다. 그런데 고향과 무관하게 사용되는 억양도 있고 인위적으로 배우는 억양도 있다. 방송에서 앵커가 말하는 것은 ‘방송용’이고 다소 인위적인 억양이다. 연극 무대에서 표준으로 가르치던 억양에는 다소 ‘인위적인 발성’이 나온다. 이는 관객과의 소통을 위한 특별한 상황 때문이지만 다수의 사투리 억양이 혼재할 때는 일정한 기준과 패턴이 요구되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한 때 영국과 미국의 억양을 적당히 뒤섞은 대서양 영어(Mid-Atlantic English)가 있었다. 미국이나 영국인은 이 억양으로 말하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대서양을 오가던 기업인들에게는 이 발음이 1930~40년대 상류층 발음이고 연극 무대와 영화 업계의 멋진 발음이며 동북부 지역과 연기학원에서 가르치던 억양으로 인식되었다. 물론 2차 대전이 끝나면서 이 발음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멋진 발음이고 영미의 중간 발음이라고 했음에도 그 억양의 뿌리가 없어 쉽게 퇴조한 것이다.
요즘 영국에서 차세대 표준으로 대중화되고 있는 Estuary English도 사실은 기존의 BBC발음 RP 억양과 London시의 노동자 발음(Cockney)의 절충형이고 영국 나름의 ‘중립 발음’(neutral variety)이다. 계급 타파와 대중성을 띠는 발음이라는 면에서 파급력과 대중성이 커 보인다.
억지 발음에서 T.S. Eliot 시인이 빠지지 않는다. Missouri주의 St. Louis 태생인데도 그의 억양은 그의 가족 배경인 Boston 풍을 살리고 남부 특유의 발음을 적당히 섞은 것이었는데 이것이 대중에게는 ‘가짜 영국 발음’(pseudo-British accent)으로 인식되었다. 일부에서는 영국 original accent에 가까웠다는 평가도 했다. 그의 시 낭독을 들으면 보통 미국 억양과는 크게 다른 것을 느낄 수 있는데 고압적이기보다는 어딘가 어색하고 유별나게 보이려는 분위기를 감지 할 수 있다.
또 다른 사례로 미국 가수 Modonna가 있는데 영국인 영화 감독 Guy Ritchie와 결혼하여 영국에 다년 간 살면서 영국 현지 발음을 흉내내면서 인위적(affected)인 억양으로 바뀌었다는 지적이 많다. 그녀가 미국의 Detroit 지역에서 중산층 자녀로 자란 본래 억양으로 말할 때 더 매력적으로 들린다는 것이다.
잘난 체 하는 억양은 인문계열 교수나 영국인의 폼잡는 억양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Wine을 설명하면서 신이 주신 물방울이라며 잘 난 체하는 억양으로 말하는 것이나 영화 비평을 하면서 폼 잡고 말하는 것 모두 잘난 체하는 발음이다. 이들은 스스로 상류층이며 매너와 세련미를 갖췄다고 생각한다. 영국 비평가 Brian Sewell은 억양이 듣기에 따라 인위적이고 억지스러우며 자연스럽지 못해 비판을 많이 받았다.
잘난 체 하는 발음을 하면 사람들은 주저 없이 영국의 RP발음을 지목한다. 일반 대중이 사용하는 억양이 아니라 방송이나 상류층 혹은 잘난 사람들이 일부러 하는 발음이기 때문이다. ‘They sound snobby’ ‘You sound snobbish, pretentious’가 이를 지적하는 말이다. 영국에서는 한 때 RP 발음을 ‘잘난 체 하는 발음’으로 여겼는데 그 이유는 BBC방송에서나 사용하는 억양을 일반 시민이 흉내 내고 따라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RP 발음이 좀더 영국다운 발음으로 나올 때 ‘posh English English accent’라고 말한다.
미국인의 코맹맹이 발음도 외국인이 듣기에는 ‘가짜의 인위적인 발음’으로 들린다. 그런데 영국인은 소문과 달리 미국 억양을 호감 있게 받아들인다. 영국 기업인 47%는 미국 억양을 가진 취업자들에게 더 호감이 있다며 ‘Don’t give up your original accent but stick with it’(본래의 억양을 버리지 말라)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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