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박작 교실 안을 조용하게 만들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다들 알다시피 ‘떠든 아이 이름 적기’이다. 두어 명 칠판 한 귀퉁이에 이름이 적히면 순식간에 교실은 고요해진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소곤소곤, 키득키득 잡음들이 시작되지만 말이다. 키 작은 안경잡이 반장이었던 나는 고민 끝에 방법을 찾아냈다. 제일 먼저 한 녀석을 칠판 앞에 세우면 된다. “너, 나가있어.” 녀석이 속상한 얼굴로 칠판 앞에 서면 교실은 단박 얼음장이 되어버렸다. 녀석은 다른 녀석이 떠들어줘야만 바통 터치를 하고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 눈을 부라리며 네모반듯한 교실을 쏘아본들 아이들은 어금니까지 앙다물고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그 방법은 오래 가지 못했다. 자존심에 심각한 상처를 입은 아이들이 반장인 나에게 떼로 달려들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잔인하고 약아빠진 반장으로 낙인이 찍혀버렸다.
신문을 보다가 깔깔 웃음이 터졌다. 세월호 시국 선언, 문재인, 박원순 후보 지지 선언 등을 한 문화예술인 9,473명이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오른 정황이 확인되었다는 기사였다. 예술계 곳곳에서 검열 논란이 그동안 많았고 심사 1위를 받았던 작품도 지원금 선정에서 탈락했다는 기사도 읽곤 했지만 이렇게 대놓고 블랙리스트 운운 하며 까발려지는 걸 보고 있자니 한숨보다 헛웃음이 먼저다. 딱 그 식이다. 떠든 아이 이름 적기. 그것으로 안 되면 한 녀석 딱 골라 칠판 앞에 세우기. 내가 초등학교 동창회에 안 나가는 건 그 시절 내 유치함이 창피해서인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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