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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위 위원 “靑ㆍ문체부 문제라 하니… 우리가 뭘 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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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위 위원 “靑ㆍ문체부 문제라 하니… 우리가 뭘 할 수 있나”

입력
2016.10.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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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진 위원장 취임 후 첫 회의

아르코예술인력개발원장이

“연극 분야 지원 적은 이유는

정부와 협의 과정서 탈락 많아”

오프더레코드 전제로 발언

위원들 “왜 기록 못하게” 반발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inliner@hankookilbo.com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지난해 6월 25일 전남 나주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3층 회의실. 박명진 위원장 취임 후 처음 열린 이날 문화예술위 회의에서 이런 대화가 오갔다.

“연극을 보시면 무용이나 음악, 전통예술에 비해서 지원 선정 단체수나 지원 인원수에서 차등 나는 이유는 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제외되는 단체들이 타 분야에 비해 많았던 탓”이라고 아르코예술인력개발원장이 보고를 한다. 정부와 협의해 지원 대상에서 탈락시킨 단체가 연극 쪽에 유난히 많았다는 말이다. 그러자 한 위원이 묻는다.

“기록할 수 없는 이야기라는…그런 이유로 배제된 단체들의 (항의를)인력개발원 뿐만 아니라 저도 굉장히 많이 받았다.” 인력개발원장이 탈락 사유를 “충분히 다 (준비)해놨다”고 답하자 “몇 군데는 설명이 좀 안 되는 것 같다”는 질문이 나오고 “그런 곳이 몇 군데 있기는 하다”는 답이 돌아온다.

회의는 후반부로 갈수록 상부 지시에 무방비 상태인 문화예술위의 행태를 비판하는 위원들의 목소리가 도드라진다. 한 위원이 “아까 말씀하신 중에 ‘정부와 협의 과정에서’라면서 오프더레코드 얘기를 했는데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그것을 왜 기록하면 안 되는 건가”라고 지원단체 선정 과정의 불투명과 관련 설명을 회의록에 남기지 말도록 한 처사를 비판했다. 그러자 박 위원장은 “저도 최근 부분적으로 보고 받았다. 제가 전체적으로 검토해 보고, 이 문제를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고민해보겠다”고 넘어간다.

이런 식의 문화예술위 성토가 계속 나와 잠시 정회하는 소동까지 벌어진 뒤 한 위원이 이렇게 말했다. “시스템의 문제인 것 같다. (문화예술위 쪽에서)‘청와대의 문제’ ‘문광부의 문제’ 이렇게 얘기를 하고 나오니까 저도 얘기를 못 하는 거다. 그러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냐? ‘나오지 말자’ 이렇게 마음을 먹은 거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할 거면 문화예술위원은 왜 있는 거냐는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한국일보가 12일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문화예술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박명진 현 위원장도 청와대, 문체부 지시로 문화예술계 지원에 제약을 받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여실히 드러난다. 본보가 보도(12일자 1면)한 ‘문화예술계 9,473명 블랙리스트’는 또 다른 회의록에서 “리스트”의 존재를 거론했던 전임 권영빈 위원장 시절만이 아니라 지금도 유효하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도종환 의원실에 따르면 보통 문화예술위의 지원사업은 신청 공고, 심사위원 선정, 심사위원 심사, 위원회 의결 과정을 밟는다. 위원회는 심사위원들의 전문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심사에는 개입하지 않되, 특혜나 선심성 지원 논란을 없애기 위해 특정 작품이나 제작사, 장르 등에 대한 중복 지원, 불균등 지원을 점검한다.

이날 회의에서 아르코예술인력개발원(현 창의예술인력센터)은 공연예술분야 기획ㆍ경영인력 지원단체 선정사업을 보고하면서 “4월에 정부와 협의를 했고 6월 11일 지원 심의를 진행했다”고 설명한다. 심사 전에 정부와 먼저 협의했다는 말이다. 이렇게 정부와 협의한 뒤 연출가 박근형, 이윤택 작품 등 검열 논란이 많았던 연극 분야는 “지원 단체수에서 20% 정도, 지원 인원수에서 10% 정도가 신청 현황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왔다.

도종환 의원실 관계자는 “‘최근 부분적으로 보고 받았다’는 박 위원장 발언은 최초 제출 자료에서는 삭제된 상태였는데 다시 원본을 요구해 확인했다”며 “문화예술위에서 회의록 20건을 제출 받았는데 1건 빼고 모두 이런 식으로 삭제됐는데 대체 무엇 때문에 그리 감추려 드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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