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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북한인권법은 제정됐지만

입력
2016.10.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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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넘는 논의 끝에 지난 3월 2일 북한인권법이 제정되었다. 9월 2일 시행령도 대통령으로 제정되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가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인권법이 담고 있는 북한 인권 개선 방안은 북한인권대사 임명을 제외하면 크게 대내적 차원과 남북관계 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대내적 측면의 일부만 걸음마를 떼고 있다. 통일부에 북한인권기록센터, 법무부에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개소하고 정부 간 북한인권정책협의회가 열린 정도이다.

그렇지만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와 북한인권재단은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북한인권법의 핵심이라 여겨지는 북한인권재단이 출범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이 재단은 북한 인권 실태 조사와 인권개선 방안 연구 및 정책개발을 임무로 하는데, 재단 출범이 늦어지는 것은 이사회 구성에 대해 정부와 야당이 합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사회는 이사장을 포함해 12명 이내의 이사로 구성되는데, 이사는 통일부 장관이 추천한 인사 2명과 국회에서 여야가 각각 동수로 추천하게 되어 있다. 현재 이사장은 정부ㆍ여당이 천거한 인사로 내정되었지만 이사 구성은 늑장을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야당 측 추천 이사 구성이 제1, 2야당의 의견 불일치로 늦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하게는 상근이사 내정에 정부와 야당 사이에 입장 차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인권법 제12조 4항에는 “그(이사장을 말함) 밖에 재단 임원의 구성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되어 있는데, 대통령령에는 임원의 자격을 포괄적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상근이사의 임명 방법은 다루지 않고 있다. 그런데 정부 측은 법 시행의 효율성 면에서 정부와 업무 협력이 손쉬운 공무원이나 친정부 인사를 선호하는 대신, 야당 측은 초당적인 법 제정 과정을 살려 야당 추천 인사가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북한인권재단은 11년간의 북한인권법 제정 논의 전 과정에 걸쳐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재단이 국민의 북한 인권개선 의지를 반영해 건전하고 자율적인 운영을 할 수 있을 것이냐가 관심의 초점이었다. 그것이 가능하다는 측과 정부의 입김으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엇갈렸다. 북한 정권을 비난하면서 접경지대에 대북 전단을 살포하며 지역 주민들의 안전과 생계를 위협하는 단체를 지원하는 법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일어났다. 북한인권법에 따르면 이 재단은 정부 밖에 설립되지만 통일부 장관의 지도ㆍ감독을 받게 되어 있다. 그런데 재단 운영의 책임자인 상근이사를 친정부 인사로 한다면 재단의 초당파성과 공정성은 처음부터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

북한인권법 시행에 가장 큰 난제는 남북관계 차원에 있다. 구체적으로 법이 명시하고 있는 남북인권대화와 대북 인도적 지원이 가능하겠느냐는 점이다. 북한은 북한인권법 제정을 자신들에 대한 모략과 공격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북한은 2000년대 초에 관계를 정상화한 유럽연합(EU)과 몇 차례 인권 대화를 가진 적이 있다. 그러나 우리와 본질에서 체제경쟁 관계에 있고 더욱이 현재 극심한 대결 상태에서 남북인권대화는 힘들어 보인다. 인도적 지원의 경우 현 정부의 제재 일변도 대북정책 하에서 정부는 물론 민간단체의 인도적 지원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수만 명의 이재민을 낳은 함경도 수해에 우리 정부는 애써 무관심 해하며 북한 주민들에게 탈북을 권유하고 있다. 북한인권법 제2조 2항은 “국가는 북한 인권증진 노력과 함께 남북관계의 발전과 한반도에서의 평화정착을 위해서도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현실은 그 반대로 가고 있다.

어렵게 제정된 북한인권법이 실효성 있게 시행되기 위해서는 정부ㆍ여당이 야당과 북한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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