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선출직 중 4분의 1이 거부
트럼프, 원망ㆍ비난 트윗 쏟아내
미 공화당 대선 후보와 당내 서열 1위 하원의장과의 갈등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공화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각자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사분오열하는 양상을 보여, 갈등이 치유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는 평가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11일(현지시간) 자신을 버린 폴 라이언 하원의장에게 복수라도 하듯, 라이언 의장과 그를 추종하는 공화당 인사들을 원망하고 비난하는 트윗을 쏟아냈다. 오전 9시16분부터 2시간 동안 4건의 트위터 글을 올렸는데, “나약하고 무력한 지도자인 폴 라이언이 나쁜 전화회의를 했다”고 비난했다. 또 “족쇄가 풀렸다. 그리고 이제는 내 방식으로 미국을 위해 싸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배신의 공화당은 사기꾼 힐러리보다 훨씬 (선거에서 이기기) 어려울 것이다. 그들은 이기는 법을 모른다. 내가 가르쳐줄 것”이라고 조롱했다.
라이언 의장 측도 가만있지 않았다. “라이언 의장은 11월8일 의회 선거에서 민주당을 무찌르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모든 공화당 인사들도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내분도 심화하고 있다. 트럼프를 열렬히 지지하는 보수ㆍ서민 백인계층 비율이 높은 ‘공화당 우세’지역 의원들은 트럼프 중심의 단합을 강조한 반면, 중도 성향 유권자를 끌어 모으는 데 애를 먹는 경합주 후보들은 라이언 의장과 뜻을 같이하고 있다.
아이오와 주 출신의 스티브 킹 하원의원은 CNN에서 “트럼프의 좌절감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당내 경선에서 트럼프에 맞섰지만, 상원의원 선거 승리를 위해 트럼프 도움이 절실한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도 “클린턴이 차기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되기 때문에 내 입장은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USA투데이는 공화당 소속 주지사 31명, 상원의원 54명, 하원의원 246명 등 선출직 공화당 정치인 3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4분의1 가량인 87명이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USA투데이는 “현대 미국 정치사에서 민주ㆍ공화 양당의 선출직 정치인이 대선 후보를 이렇게 집단 거부한 적은 없었다”며 “대선 패배 후 공화당이 당을 재건하는 과정도 험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내분에도 불구, 일부 조사에서 트럼프와 클린턴 간의 지지율 격차는 줄어드는 모습이다. NBC와 월스트리트저널이 2차 TV토론 다음 날인 10일 400명을 상대로 벌인 조사에서 두 후보간 격차는 7%포인트로 좁혀졌다. 직전 조사(11%포인트 격차)와 비교하면 4%포인트나 줄어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주말을 거치고 공화당원들이 다시 한 번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공고히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