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짝 웃는 리디아 고/사진=박종민 기자
[영종도=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존재만으로 누군가에게 큰 힘을 줄 수 있다는 건 적지 않은 영광이다. 박세리(39ㆍ하나금융그룹)는 이 시대 여자 골퍼들에게 아마 그런 존재일 것이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19ㆍ뉴질랜드)에게도 박세리는 남다른 존재다. 리디아 고는 11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 클럽하우스 인근에서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13일부터 이곳에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이 열린다. 리디아 고가 출전하는 이번 대회는 그의 우상인 박세리의 고별전이기도 하다. 1998년 LPGA에 입문한 박세리는 메이저대회 5승을 포함, 통산 25승을 올렸다.
리디아 고는 "한국에서 태어난 나에게 (박)세리 언니는 '히로인(Heroineㆍ영웅적인 여자)' 같은 존재다. 만날 때마다 조언을 받는다. 샷뿐 아니라 멘탈이나 경험적인 부분들을 물어보고 답을 받는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언니가 미국에 진출했을 때는 투어에 한국 선수가 거의 없었다. 선구자나 다름없었다"며 "나 같은 경우 현재 투어에는 아는 언니들도 많고 한데 세리 언니는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당시 이야기들도 듣곤 한다"고 덧붙였다.
리디아 고는 "세리 언니와 대화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격해 할만 한 일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 대회 1라운드 직후 박세리 은퇴식이 열린다고 하자 그는 "슬프다. 그래도 언니의 마지막 대회를 함께 한다는 사실이 정말 좋다. 7월 US여자오픈(박세리 미국 고별전) 때도 같이 출전하고 그 주에 언니를 봤던 게 기억난다. 너무 좋았다"고 답했다. 리디아 고는 "올해 몇 차례 같이 저녁 먹을 기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많이 배웠다. 마음이 엄청 따뜻하신 분이다. 항상 후배들을 잘 챙겨주신다. 그런 부분이 후배들인 우리한텐 큰 영광이다"고 강조했다.
▲ 박세리/사진=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대회본부 제공.
이날 오전 리디아 고는 18번홀 주변에서 박세리와 첫 만남을 가졌다. 멀리서 박세리를 본 리디아 고는 "언니!"라고 크게 외치며 달려갔고, 이에 박세리는 활짝 웃으며 두 팔을 벌려 환영했다. 감격의 포옹을 한 둘은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박세리는 리디아 고는 물론 그의 가족 안부를 물었고, 리디아 고는 들뜬 마음을 감추지 않은 채 식사 약속을 잡으려 했다. 카카오톡에 뜨지 않는다던 리디아 고는 박세리의 연락처를 다시 받아 저장했다.
리디아 고는 "(은퇴하지만) 언니는 우리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며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그리고 여자골프에서 언니가 이룬 업적들은 대단했고 감사하다. 세리 언니나 아니카 소렌스탐(46ㆍ스웨덴)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고백했다.
한편 시즌 4승의 리디아 고는 'LPGA에서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는 누구냐'는 질문에 "한 명을 꼽으라면 역시 에리야 쭈타누깐(21ㆍ태국)이다. 이미 시즌 5승을 거뒀고 매 대회 '탑10'에도 안정적으로 들고 있는 만큼 꾸준한 것이 장점이다"고 언급했다.
리디아 고는 공식 기자회견 때 한국말 대신 편한 영어를 사용했다. 그러나 대화를 나눠보니 생각보다 한국말을 잘했다. 리디아 고는 "6~7살 때까지 한국에서 자랐다. 골프채는 한국에서 처음 잡았다"며 "영어는 뉴질랜드 가서 배우기 시작했다. 어린 나이에 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빨리 배웠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무엇을 배우든 상대적으로 어려운 걸 알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외국인 코치와 오랜 시간을 같이 있었다"고 웃었다.
영종도=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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