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벌어진 이란과 맞대결 중 가장 무기력했다.
슈틸리케호가 ‘원정팀의 지옥’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한국은 11일(한국시간)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4차전에 0-1로 무릎을 꿇었다. 1974년부터 42년 동안 이어진 연속 무승 기록은 2무5패로 늘어났다. 2012년 10월부터 이란을 상대로 4연패다. 모두 0-1로 졌다. 이란과 역대 전적도 9승7무13패로 열세를 면치 못했다.
무엇보다 러시아행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최종예선 4경기 만에 첫 패배를 당한 한국은 2승1무1패(승점 7)로 조 3위로 처졌다. 이란이 3승1무(승점 10)로 단독 선두로 올라섰고 이날 중국을 2-0으로 제압한 우즈베키스탄이 3승1패(승점 9)로 2위다. 각 조 2위까지는 본선으로 직행하고 3위는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한다.
스코어는 1점 차였지만 내용상 완패였다.
한국은 전ㆍ후반 통틀어 고작 3개의 슈팅 밖에 못 날렸다. 유효슈팅은 아예 없었다. 이란은 12개의 슈팅을 때렸다. 코너킥도 1대6으로 크게 뒤졌다. 한 마디로 90분 동안 뭐 하나 제대로 보여준 게 없었다.
울리 슈틸리케(62ㆍ독일) 감독은 지동원(25ㆍ아우크스부르크)을 최전방, 손흥민(24ㆍ토트넘)과 이청용(28ㆍ크리스탈 팰리스)을 좌우 날개에 포진시켰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김보경(27ㆍ전북)이 낙점 받았다. 한국은 이른 시간 선제골을 허용했다. 전반 24분 라민 레자에이안(26)의 빠른 크로스를 받아 아즈다르 아즈문(21)이 발을 갖다 대 그물을 흔들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들어 수비 라인에 변화를 줬다. 교체 투입된 홍철(26ㆍ수원)이 왼쪽 풀백을 보고 오재석(26ㆍ감바 오사카)이 오른쪽 풀백으로 자리를 옮겼다. 장현수(25ㆍ광저우R&F)는 원래 자리인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라갔다. 하지만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후반 20분 마지막 승부수가 나왔다. 이청용 대신 197.5cm의 장신공격수 김신욱(28ㆍ전북)이 투입됐다. 하지만 공격은 여전히 답답했다. 이란의 단단한 허리에 막혀 중원에서 아군끼리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볼을 돌릴 뿐이었다. 김신욱의 키를 활용한 크로스도 보기 힘들었다. 김신욱에게 볼을 띄워야 한다는 작전만 서 있을 뿐 어느 시점에 어떤 방법으로 크로스를 올려 김신욱 머리를 활용할 것인 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듯 했다. 후반 막판 구자철(27ㆍ아우크스부르크)까지 들어갔지만 별 다른 효과는 없었다. 후반 33분 손흥민이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날린 왼발 슛이 수비벽에 맞고 나온 게 그나마 가장 위협적인 찬스였다. 이란은 종료를 몇 분 안 남기고 베테랑 안드라니크 테이무리안(33)을 투입해 중원을 강화했고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아자디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8만 홈 관중은 그럴 줄 알았다는 기립박수로 승리를 자축했다.
한국은 다음 달 11일 충남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캐나다와 친선 경기를 치른 뒤 15일 우즈베키스탄과 홈에서 맞붙는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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