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불어오는 10월이면 우리들 곁으로 가을의 전령사인 구절초가 밀려온다. 들국화라는 이름으로 벌개미취, 쑥부쟁이와 함께 들녘을 온통 가을 향기로 채운다.
‘쑥부쟁이와 구절초를/구별하지 못하고 너하고/이 들길 여태 걸어 왔다니/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다’
안도현 시인의 ‘무식한 놈’에서는 구절초와 쑥부쟁이를 구별하지 못하는 자신과 절교를 선언할 만큼 둘은 참 많이 닮았다. 하지만 간단하게 쑥부쟁이는 보랏빛, 구절초는 흰색을 띤다.
지금 물의 고장으로 잘 알려진 강원도 화천 북한강변 아르테마 수목공원에는 수만 그루의 구절초가 꽃망울을 터뜨려 일대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한적한 이른 아침, 흰 꽃들 사이로 수줍게 사진 찍는 수녀님들의 모습이 구절초의 꽃말 ‘어머니의 사랑’처럼 가을 향기를 타고 가슴 속으로 스며온다.
멀티미디어부 차장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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