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지기인 진경준(49ㆍ수감 중) 전 검사장에게 ‘대박 주식 뇌물’을 준 혐의를 받는 넥슨 창업주 김정주(48) NXC 회장이 4억원대 주식매입자금을 빌려줬다가 친구가 검사여서 되돌려 받기를 포기했다고 법정에서 털어놨다. 그는 한숨을 거듭 쉬고 “너무 괴롭습니다”라고 토로했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진 전 검사장 뇌물수수 사건 2회 공판에서 김 회장은 “경준씨만 (주식매입자금) 완납을 안 해서 제가 계속 고민하고 압박을 받았다”며 “빌려주는 형식을 취하다가 결국 못 받을 돈이라고 생각해 포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2005년 친하게 지내던 진 전 검사장과 김상헌 네이버 대표와 박성준 전 NXC 감사에게 넥슨 비상장 주식 1만주씩을 사라고 제안하고 회삿돈을 빌려줬다. 이후 진 전 검사장만 대금 중 2억원만 갚았다가 그 해 10월 말~11월 초 두 차례에 걸쳐 김 회장으로부터 장모와 모친 계좌로 주식매입자금 총 4억2,500만원을 고스란히 돌려 받았다.
김 회장은 법정에서 “진 전 검사장에게 10월 28일 송금할 무렵만 해도 빌려주는 걸로 생각했는데 타인 명의 계좌인 걸 보고 ‘이상하게 진행된 부분이 있구나’하면서 포기했다”고 진술했다.
“왜 돌려달라고 하지 못했습니까?” 검사의 물음에 김 회장은 머뭇거렸다. “그러면 바꿔 묻겠어요. 진경준 피고인이 검사여서 얘길 못했습니까”라는 검사의 신문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그 이유가 포함됐다”고 김 회장은 답했다. 그는 ‘하’하며 한숨을 토하면서 “진경준에게도 포기 의사를 얘기했냐”는 검사의 질문에 “너무 괴롭습니다”라며 고개를 떨궜다. 수의를 입은 진 전 검사장은 120억원대 대박의 꿈을 안겨줬던 서울대 86학번 친구를 응시하며 그의 진술을 메모하며 들었다.
김 회장은 “계약서를 못 챙겨서 너무 후회가 된다”면서 “4억2,500만원은 저한테도 적지 않은 돈이다. 하지만 이왕 포기하는 거 오랜 친구 사이에 앙금이 남지는 않게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나 싶다”고 밝혔다. 이어 “경준씨가 빨리 갚았더라면 일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두 남자의 사건은 재판장에게도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 많았다. 재판장은 “피고인이 2억원을 중간에 갚았는데 왜 증인(김 회장)에게서 4억2,500만원이 그대로 간 건가”라고 물었다. 김 회장은 “저도 그 부분이 (설명하기) 참 답답합니다”라면서도 “(진 전 검사장에게 돈이 필요한) 다른 용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장은 “타인 명의로 돈이 갔다고 포기를 하나? 이해가 안 간다. 사정이 뭔가”라고 재차 물었다. “친구(진경준) 가족 하와이 여행 경비 1,000만원을 여행 뒤 준 게 정말 맞는가”라는 질문도 했다. 이어 “진경준은 다른 2명과 달리 돈을 갚을 능력이 없었나”라고 물었고, 김 회장은 “20년 넘게 알던 시기였는데 경준씨가 어렵게 살았단 느낌을 받아본 적은 없다”고 답했다.
김 회장은 이날 제네시스 리스 차량을 진 전 검사장이 요구해서 처리해줬으며, 2009년 그의 처남에게 리스 계약을 넘겨준 것도 진 전 검사장의 부탁이었음을 인정하는 취지로 증언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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