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모(47)씨와 김모(30ㆍ여)씨 부부는 지난 추석 연휴(9월 14~16일) 경기 포천시 신북면 집을 떠나 충남 공주 고향 집을 찾았다. 2년 전 입양한 딸 주모(6)양은 작은 방 베란다에 투명 테이프로 묶어 놓은 채였다. 주양은 연휴 내내 물과 음식도 먹지 못했다.
주양은 지난달 28일 오후 11시쯤부터 다음날 오후 4시쯤까지 17시간 동안 집에서 테이프에 묶인 채 방치돼 있다 결국 숨졌다. 양부모가 식사량을 줄여 제대로 먹지 못하고 손발과 어깨를 묶인 채 잠을 잔 지 약 두 달째 되는 날이었다. 사망 당시 주양은 갈비뼈가 밖으로 드러날 정도로 마른 상태였다.
본격적인 학대는 두 달 전 시작됐지만 방임 등 가벼운 학대는 2년 전부터 반복됐다. 주양을 같은 동네에서 살면서 친해진 언니(36)로부터 입양한지 불과 두 달이 지난 2014년 11월부터였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2014년 11월 딸이 이웃주민에게 ‘친 엄마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을 듣고 입양을 후회했다. 결국 가정 불화가 지속됐고 학대가 시작됐다. 딸이 식탐이 강하고 말도 듣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들 부부와 학대에 가담했던 동거인 임모(19ㆍ여)씨는 주양이 숨진 다음달인 지난달 30일 오후 11시쯤 시신을 포천시 영중면 한 야산으로 옮겨 불에 태워 훼손했다. 유골은 부순 뒤 돌로 덮었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살인 및 사체손괴 혐의로 이들 3명을 12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이들은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구속됐으나 경찰은 보강 수사를 통해 살인의 고의성이 있다고 보고 살인죄를 적용키로 했다.
경찰은 김씨 등으로부터 주양이 학대로 몸이 극히 쇠약해졌고 계속 학대할 경우 숨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학대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주양이 숨지기 전 병원으로 옮기지 않고 고의로 방치한 사실도 확인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앞서 “6세아가 기아상태에서 17시간 묶여있으면 당시 포천지역 날씨(최저 14도)를 고려할 때 저체온증이나 질식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내놨다.
경찰 관계자는 “울산 계모 학대사건, 고성 아동 암매장 사건 등 병원 치료나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살인의 고의성을 인정한 판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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