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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북스토리] 길 잃은 개 하트와 운 좋게 살아남은 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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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북스토리] 길 잃은 개 하트와 운 좋게 살아남은 개들

입력
2016.10.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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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지 사흘 만에 뼈만 돌아온 ‘하트’의 생전 모습. 견주 채모씨 블로그 캡처
실종된 지 사흘 만에 뼈만 돌아온 ‘하트’의 생전 모습. 견주 채모씨 블로그 캡처

집을 나가서 길을 잃은 개를 이웃 주민 4명이 나눠 먹은 사건이 발생했다. 엽기적이지만 개식용을 허용하고 있는 나라에서 충분히 발생 가능한 일이다. 또한 개식용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반려견과 식용견은 다르다는 주장이 얼마나 얄팍한 지 보여주는 사건이다. 죽은 개는 개를 모르는 사람이 봐도 식용견으로 길러진 개가 아닌 대형 순종견이었다. 이미 사람들의 식탁에 순종과 잡종, 반려견과 식용견은 구분 없이 올라가고 있다.

아직도 우리나라 많은 사람들의 눈에 개는 여전히 ‘먹을 수 있는 것’일 뿐이다. 나에게는 가족인데 누구에게는 입맛 다시게 하는 음식 재료라니 간극이 너무 크다. 개와 산책을 할 때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툭 던지는 “된장 발라야 되는 개xx를 왜 저렇게 끌고 다녀.”, “한 끼도 안 되겠네.”라는 말이 소름 끼치는 이유이다.

올해 중복 날 앞집의 백구네 집이 발칵 뒤집혔다. 문이 열린 사이 백구가 집을 나간 것이다. 그런데 하필 중복. 복날과 백구. 답이 쉽게 나오는 두 단어의 조합. 가족들은 나쁜 생각에 마음을 졸이며 백구를 찾아 헤맸고 다행히 몇 시간 만에 매일 다니던 산책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오고 있는 백구를 찾을 수 있었다. 가족들은 몸 고생보다 마음고생이 더 심했다.

똑똑한 백구는 산책길을 따라서 집으로 돌아왔지만 10여 년 전 아홉 살이었던 우리 집 개는 길을 잃고 매일 다니던 산책길을 벗어나 떠돌고 있었다. 그때도 여름 한 복판인 8월 14일. 시집 장가간 형제들까지 달려와서 전단지를 붙이며 찾았고, 사랑스러운 막내아들을 못 볼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이든 아빠는 식사도 못한 채 한 여름 땡볕에 동네를 헤맸다. 특히 아빠는 동네에 있는 보신탕집을 차례로 다니며 살폈고, 어느 식당의 주인이 검은 비닐봉투에 뭔가 들고 들어갔다며 의심했다. 시내 보신탕집에서 개를 직접 잡지는 않고, 우리 개는 체구가 작아 먹을 것도 없고 누가 봐도 집에서 키우는 개니 아닐 거라고 아빠를 진정시켰다. 키우던 개를 잃어버렸는데 보신탕 집 앞에서 쩔쩔 매는 모습이라니 얼마나 한심한가.

지금도 많은 개들이 식용견이라고 불리며 뜬장에 갇혀 잔반을 먹으며 생활하고 있다. 사진은 부산의 한 개식용농장에서 오물을 뒤집어 쓴 채 잔반을 먹고 있는 강아지들. 동물자유연대 제공
지금도 많은 개들이 식용견이라고 불리며 뜬장에 갇혀 잔반을 먹으며 생활하고 있다. 사진은 부산의 한 개식용농장에서 오물을 뒤집어 쓴 채 잔반을 먹고 있는 강아지들. 동물자유연대 제공

인류학자이자 동물학자인 엘리자베스 마셜 토머스가 쓴 ‘인간들이 모르는 개들의 삶’은 몰랐던 개의 습성을 알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저자는 인간이 인간 외의 생물에게는 사고와 감정이 결여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매우 놀라며 개가 인간을, 세상을 보는 방법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관찰 대상의 개 중에서 미샤는 무려 32㎞ 떨어진 곳까지 산책을 나가서도 어김없이 집을 찾아오는 개였다. 저자는 미샤가 어떤 방법으로 집을 찾아오는 지 끝내 알아내지 못한다. 별이나 태양의 위치였을까? 저주파나 냄새였을까? 반면 같은 허스키인 마리아는 집만 나가면 길을 잃었는데 그 역시 매번 용케 집으로 돌아왔다. 마리아가 돌아오는 방법은 인간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마리아는 길을 잃었다고 생각되면 아무 집이나 현관 앞에 가만히 앉아서 기다렸다. 그러면 마리아를 발견한 사람들이 목걸이에 적힌 연락처로 연락해서 마리아를 저자에게 돌려주었다.

생각해 본다. 과연 우리나라였다면 마리아는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을까? 다행히 집을 나갔던 우리집 개는 이틀 만에 찾을 수 있었다. 8차선 대로를 건너 대단지 아파트를 지나 집과 점점 멀어지고 있는 이 바보 개를 아파트 경비 아저씨와 주민들이 길을 잃은 것 같아서 잡아 두었던 덕분에 찾을 수 있었다. 이분들이 아니었으면 어땠을까. 지금처럼 마이크로 칩도 사용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앞집 백구도, 우리 집 개도 잡아먹으려고 달려드는 사람을 만나지 않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운 좋게 살아남은 개들.

사람 아이도 부모뿐 아니라 사회가 함께 키워야 하는 것처럼 집 잃은 개를 보면 가족을 찾아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세상일 수는 없을까. 저자는 책에서 개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개들은 서로를 원한다. 함께 무리를 이룰 서로를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 인간은 개의 무리가 되기에 많이 부족하다. 개의 무리에서 필수적인 서로에 대한 존중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직 개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개에 대해서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다.

김보경 책공장 더불어 대표

참고한 책: <인간들이 모르는 개들의 삶>, 엘리자베스 마셜 토마스, 해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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