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10월 11일
2004년 10월 11일 미국 뉴욕 주 사라토가 카운티의 한 병원 마취전문의 리타 라이턴(Rita Leighton)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졸지에 그를 잃은 친구와 가족들은 애도의 한 형식으로 그가 다녔던 카운티의 길을 걷는 행사를 마련했다. 그들의 걷기는 해를 거듭하면서 주민들에게 알려졌고, 그들처럼 자살로 가까운 사람을 잃은 이들이 하나 둘 동참하기 시작했다. 행사에 참가한 이들 사이의 대화와 친목은 자연스럽게 자살에 대한 이해와 예방 캠페인의 성격을 띠어갔다. 더 의미 있는 일을 지속적으로, 조직적으로 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모금운동이 시작됐다.
“어둠에서 벗어나기 Out of the Darkness”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건 ‘리타를 위한 걷기Walk for R.I.T.A’연례 행사가, 그렇게 만들어졌다. 라이턴의 이름에서 따온 ‘리타’는 “Remembrance, Intervention, Together we can bring Awareness”의 머릿글자, 즉 (죽은 이를) 기억하고, (자살을 생각하는 이들)을 돕고, 다 함께 경각심을 갖자”는 의미. 그들이 벗어나자고 말하는 ‘어둠’은 자살(충동) 자체와 동시에 자살에 대한 사회의 무지와 편견, 낙인으로서의 어둠이기도 하다. 미국 자살방지재단(AFSP, American Foundation for Suicide Prevention)이 힘을 보탰다. 그들은 걷기 캠페인을 통해 모은 기금으로 재단 등과 함께 자살 연구, 예방 교육 및 홍보 활동을 벌인다.
행사는 연중, 다양한 단체와 개인이 주최한다. 참가자들은 사연에 따라 색이 다른 구슬 목걸이를 목에 거는데, 흰색은 아이를 잃은 이들, 붉은 색은 배우자나 파트너를 잃은 이들이다. 부모를 잃은 이는 금색, 형제를 잃은 이는 오렌지색, 친구나 친척을 잃은 이들은 보라색 목걸이를 걸고, 행사 취지에 공감해 그냥 참가하는 이들은 푸른색을 건다. ‘리타를 위한 걷기’는 이제 카운티와 뉴욕 주를 넘어 미국 전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재단에 따르면 미국의 자살자는 2014년 4만2,773명으로 12.3분마다 한 명씩, 하루 평균 117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들 중 약 90%는 우울증 등 정신질환 경험자라고 알려져 있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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