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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곡엔 드라마 담겨…선율로 이야기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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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곡엔 드라마 담겨…선율로 이야기 완성”

입력
2016.10.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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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자가 가질 수 있는 영광과 위기를 모두 겪었던 머레이 페라이어는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로 “베토벤 전집 녹음"을 꼽았다. 올 11월 함머클라비어를 녹음한다. 크레디아 제공
연주자가 가질 수 있는 영광과 위기를 모두 겪었던 머레이 페라이어는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로 “베토벤 전집 녹음"을 꼽았다. 올 11월 함머클라비어를 녹음한다. 크레디아 제공

“라두 루푸의 공연은 신이 앉아있는 것 같은 경건함을 느꼈고, 머레이 페라이어의 연주에서는 사람의 마음을 녹이는 따뜻함을 느꼈다. (유명해지는 것이 아니라)라두 루푸, 그레고리 소콜로프, 머레이 페라이어처럼 귀하게 여겨지는 연주를 하고 싶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2013년 지휘자 로린 마젤과의 서울 협연을 앞두고 한국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종종 이런 말을 남겼다. 실제 이 세 명은 금세기 최고의 연주가로 찬사를 받지만 한편으로 연주실황 보는 것 자체가 ‘인생 행운’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무대를 가리는 것으로 악평이 나있다. 루푸와 소콜로프는 은둔형 괴짜, 페라이어의 경우 1990년대 손가락 부상의 재발 탓에 연주 취소가 잦은 탓이다.

올 가을 ‘인생 연주’가 한국 관객을 기다린다.‘건반 위의 음유시인’으로 불리는 머레이 페라이어(69)가 2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독주회를 갖는다. 한국일보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그는 “미래를 아무도 장담할 수 없지만 지금 손가락 컨디션은 아주 좋다”고 말했다. 2004년 내한공연이 손가락 통증으로 무산된 적이 있었고 이번 독주회는 5년만이다.

피아니스트 머레이 페라이어. 크레디아 제공
피아니스트 머레이 페라이어. 크레디아 제공

-손가락 부상 후 지휘를 병행했다. 지휘 활동 후 피아노 해석과 연주도 바뀌던가.

“꼭 그렇지는 않다. 사실 부상 전인 17살 때부터 메네스 음대에서 지휘를 전공했다. ‘함머클라비어’를 비롯해 모차르트, 베토벤의 피아노곡 중 오케스트라를 연상시키는 곡이 있기 때문에 그런 곡들을 연주하는 데에는 지휘 경험이 도움된다.”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만큼이나 선율이 그리는 서사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모든 곡들은 드라마를 담고 있다. 이번에 연주하는 모차르트 소나타 8번 2악장은 모차르트와 아내의 언니, 알로이지아 베버의 ‘사랑의 대화’로 시작했다가 어머니 죽음을 묘사한 중반부로 넘어가며 심각한 분위기로 바뀐다. 다른 곡들도 마찬가지다. 연주자는 각각의 선율을 통해 완성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하이든 변주곡, 모차르트 소나타 8번, 브람스 발라드 3번과 인터메조 2~3번, 베토벤 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를 연주한다. 당신 연주처럼 프로그램에도 서사가 있는 것 같다.

“마지막 곡인 ‘함머클라비어’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짰다. 하이든의 변주곡은 모차르트가 죽고 나서 그에게 헌정하는 곡이고, 두 번째 변주에서 모차르트의 특징을 찾아 볼 수 있다. 모차르트 소나타와 브람스의 곡까지 모두 그 시대 예술의 정점인, ‘함머클라비어’를 듣기 전 도입부로서 가장 어울리는 곡이다.”

-함머클라비어의 경우 대단히 학구적인 작품이다. 연주자에 따라서 기량, 스타일에 차이도 심하다. 베토벤 피아노곡의 요체는 뭔가. 이것이 함머클라비어에 어떻게 표현된다고 생각하나.

“음악은 작곡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드라마를 전달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곡은)베토벤이 신을 그리고자 했던 것 같다. 해석을 위해 여러 가지를 생각한다. 예컨대 1악장은 베토벤이 써 놓은 가이드에 빠르게 연주하라고 돼 있지만 개인적으로 좀 과하다고 느낀다. 그렇게 연주함으로서 몇몇 부분들이 불확실하게 표현될 수 있기 때문에 천천히 연주하는 것이 낫다. 이 곡의 하이라이트는 3악장이다. 당시 베토벤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해 정말 외로우면서도 우울하다. 이 악장에 표기된 템포를 완벽하게 따르지는 않을 거다. 이어지는 푸가는 장대면서도 기념비적이다. 그 안에 깃든 희망을 표현할 생각이다.”

-당신을 ‘피아니스트들의 피아니스트’로 꼽는다. 롤 모델이 있나.

“호로비츠의 연주를 좋아한다. 그가 제 인생에 많은 도움을 준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피아니스트 자체로서도 그의 연주를 즐겨 듣는다. 루빈슈타인이나 슈나벨, 이반 피셔의 각기 다른 연주 스타일도 좋아한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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