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레이 페라이어를 비롯해 거장이 줄줄이 내한 공연을 갖는다. 깊이 있는 해석에 완벽에 가까운 테크닉으로 세계 정상급 피아니스트 사이에서도 롤 모델로 꼽히는 ‘피아니스트들의 피아니스트’다.
포문은 바흐 해석의 대가, 안드라스 쉬프(63)가 연다. 헝가리 출신인 그는 2011년 동료 예술가들과 함께 헝가리 정부의 집시 차별, 반유대주의에 공개 항의하는 등 사회 이슈에 대한 소신 발언으로도 유명하다. 레퍼토리에 한계가 없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다양한 곡을 연주하지만 바흐 연주의 교과서란 평을 받는다. 건반 악기로 하프시코드가 통용되던 시대에 쓰인 바흐의 명곡을 연주하기 위해, 쉬프는 하프시코드의 대가 조지 맬컴에게 타건법을 새로 배웠고 그 연주법을 피아노에 대입했다.
이전 세 차례 내한 독주회에서 베토벤 슈만 등 고전, 낭만시대 대표곡을 선보여 아쉬움을 남긴 쉬프가 이번 독주회에서 자신의 특장인 바흐 작품을 선보인다. 2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독주회는 이탈리아 협주곡 BWV971, 프랑스 서곡 BWV 831, 골드베르크 변주곡 BWV988까지 모두 바흐곡으로만 채웠다. (02)541-3174
쉬프가 고전음악의 교과서라면 프랑스 출신의 피에르 로랑 에마르(59)는 ‘현대음악의 교과서’로 불린다. 16세에 메시앙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후 피에르 불레즈가 창단한 현대음악 전문 단체 ‘앙상블 앵테르콩탱포랭’의 첫 피아노 솔리스트로 18년간 활동했다. 그가 연주한 리게티의 에튀드(1997년 소니), 메시앙의 ‘아기 예수를 향한 20개의 시선’(2000년 텔덱)은 현대음악 필청 음반으로 꼽힌다. 11월 24일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독주회에서는 메시앙의 ‘새의 카탈로그’ 중 제7권 ‘마도요’, 쇼팽 녹턴 1번 등 현대음악과 낭만시대 대표곡을 선보인다. 현대음악가 죄르지 쿠르탁이 에마르에게 헌정한 ‘이름 없는 수난곡’이 이 자리에서 세계 초연된다. (02)2005-0114
그레고리 소콜로프, 미하일 플레트뇨프와 함께 21세기 러시아 3대 피아니스트로 꼽히는 안드레이 가브릴로프(61)도 11월 한국을 찾는다. 1974년 차이콥스키콩쿠르에서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2위)을 꺾고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정부를 비판한다는 이유로 소비에트 정부 시절 5년간 감금됐고, 1990년대 ‘연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이유로 은퇴를 선언한 후 인문학을 공부하고 2001년 복귀했다. 굴곡 많은 삶과 기인적인 행동이 연주 스타일에도 반영된 듯, 마치 클래식을 재즈로 편곡한 듯한 자유분방한 연주를 들려준다. 그래서 오케스트라와의 궁합이 중요한 협주에서 관객 반응은 호오가 엇갈린다. 11월 29, 3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시베리안 스테이트 심포니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 3번을 선보인다. 1661-1605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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