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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점프대 축구장? 올림픽 이후가 더 기대돼요”

입력
2016.10.1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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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0일 2016 K리그 챌린지 부천과의 홈경기를 앞둔 강원FC 선수들이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축구장에서 스키점프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강원FC 제공
8월 20일 2016 K리그 챌린지 부천과의 홈경기를 앞둔 강원FC 선수들이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축구장에서 스키점프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강원FC 제공

“사진으로 봤을 때도 기가 막혔는데 직접 와서 한번 쭉 돌아보니 생각보다 훨씬 좋네. 1만여 석의 관중석 규모도 K리그에 딱 맞고, 경치도 이색적이고…. 누가 낸 아이디어예요?”

지난달 24일 강원FC와 ‘2016 K리그 챌린지’ 원정경기를 위해 지난달 24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리조트 내 스키점핑센터를 찾은 조광래(62) 대구FC 단장은 이색적인 풍경과 이상적인 기온에 찬사를 보냈다.

원정팀 단장도 감탄한 강원FC의 평창 홈 경기장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 열릴 스키점프대 착지점을 활용했다. 동계올림픽에서 스키점프대 활용 사례로 지금까지 알려진 건 선수단 훈련시설 또는 스키점프 타워를 활용한 전망대 정도다. 착지 공간을 축구장으로 만들어 프로축구 경기를 치른 건 강원의 사례가 세계 최초다.

강원도개발공사의 특급 어시스트

지난 3월 강원 사장 부임 직후 회의 차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일대를 찾은 조태룡 사장은 일행과 스키점프 전망대에서 본 착지 지점이 축구 경기를 치르기 적합하단 판단을 내리곤 곧바로 홈경기를 추진했다. 해발 700m 대관령에 위치해 강릉, 원주 등 강원이 쓰는 다른 지역 홈경기장에 비해 평창의 기온이 낮다는 장점을 극대화 하기 위해 여름철인 8월 20일부터 9월 28일까지 예정된 4차례의 홈경기를 평창에서 치르기로 했다.

운영주체인 강원도개발공사 입장에서도 고마운 일이었다. 스키점프대 설계 당시 사후활용을 위해 착지점을 축구장 국제규격에 맞춰 설계했지만 2009년 완공 이후 약 7년 동안 단 3차례의 스키점프 공식 대회만 치른 게 전부였다.

강원FC의 평창 홈경기 일정이 확정되자 개발공사 쪽도 팔을 걷어붙이고 ‘어시스트’에 나섰다. 당초 8월 30일 끝낼 예정이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탑 설치 작업을 서둘러 2주나 앞당겨 끝냈고, 알펜시아 골프장 잔디 관리 전문인력들을 투입해 축구 경기에 알맞은 잔디를 깔았다. 그 사이 구단은 전광판 업체를 섭외하고 감독과 선수가 앉을 벤치를 빌려오는 등 바삐 움직였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스키점프 경기가 열릴 알펜시아 스키점핑센터. 강원FC 제공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스키점프 경기가 열릴 알펜시아 스키점핑센터. 강원FC 제공

“K리그에 딱 맞는 축구전용구장 생긴 셈”

8월 20일 평창서 열린 부천과의 첫 홈경기부터 1,000명에 육박하는 관중이 모이며 흥행에 파란 불이 켜졌다. 가장 가까운 시외버스터미널인 대관령면 횡계리에서 차량으로 10여분 넘게 이동해야 하는 등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선선한 기후에 스키점프대와 인공폭포가 빚어낸 이색적인 풍경, 그리고 축구전용구장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관람환경 등으로 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부천과의 첫 경기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경기장 사진들이 공유되면서 평창에서의 세 번째 홈경기이자 두 번째 주말 경기인 지난달 24일 대구전에는 1,404명의 유료관중이 평창을 찾았다.

경기장을 찾은 최종범(43·강릉시)씨는 “국내에 이런 경관을 갖춘 축구장은 또 없을 것”이라며 “육상 트랙이 없어 앞서 홈경기가 열렸던 강릉종합운동장에 비해 환경이 무척 좋다”고 했다. 강원FC 서포터즈 ‘나르샤’의 이기영(43)씨도 “강릉 거주 팬들의 불만도 있었지만 구단에서 전세버스 등 교통편을 제공해 불편을 최소화했다”며 “팀이 강원도 광역연고 팀인데다 평창올림픽 시설 사후활용에 대한 대안 마련 취지에 공감해 서포터들 사이에서도 큰 반대는 없었다”고 밝혔다.

최윤겸(54) 강원 감독도 평창 홈경기 실험에 만족했다. 최 감독은 “평창 경기장을 처음 봤을 때 포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한여름에도 꽤 쾌적한 기후에서 훈련 및 경기를 할 수 있어 좋았다. 우리로선 K리그 규모에 맞는 축구전용구장을 하나 얻은 셈”이라고 말했다. 원정팀 사령탑인 손현준(44) 대구 감독대행도 “유럽이나 남미에서나 볼 수 있는 친환경적이고 아름다운 경기장”이라고 치켜세웠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스키점프 경기가 열릴 알펜시아 스키점핑센터 착지점에서 프로축구 경기를 펼친 강원FC. 강원FC 제공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스키점프 경기가 열릴 알펜시아 스키점핑센터 착지점에서 프로축구 경기를 펼친 강원FC. 강원FC 제공

“2017년 강원FC 홈경기 평창 고정 개최도 검토”

구단과 강원도개발공사 모두 관중 기록이나 입장 수익을 떠나 평창올림픽 시설 활용 대안을 마련했다는 데 큰 의미를 뒀다. 스키점프대는 동계올림픽 시설 중 사후활용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시설로 꼽혀왔기에 이번 실험의 성과는 더 값지다. 강원도개발공사 관계자는 “스키점프대 개장 후 지금까지 전망대 수익 등으로 적자를 면하고 있었지만 K리그 4경기를 통해 올림픽 이후의 활용 계획을 더 구체적으로 세울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회 후 스키점프대와 가까운 크로스컨트리·바이애슬론 센터 등을 개조해 축구장으로 활용한다면 축구단의 하계 전지훈련 및 강원도 유소년 축구인프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사장도 “평창 알펜시아 축구장은 올림픽 이후에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기대하며, 경우에 따라 평창 올림픽 홍보 등을 위해 내년 전체 홈경기 일정을 평창에서 소화할 수도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대중교통 이용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선수단 라커룸과 샤워시설, 전광판 등을 설치하는 한편, 스키점프 전망대와 축구 경기를 연계한 입장권도 구상 중”이라며 청사진을 전했다.

평창=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영상]알펜시아 스키점프대에서 바라본 축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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